집단지성 활용한 '소셜번역'을 아시나요?

플리토, 사업 비전 높게 평가받아 30억 투자 유치

일반입력 :2014/03/04 17:17    수정: 2014/03/04 17:36

남혜현 기자

세계 번역 시장 규모가 39조 원이에요. 그런데 번역으로 돈 번 회사 보셨나요?

대답하기 난처하다. 구글 번역기? 돈 한 푼 안 내고 쓴다. 대신 정확도는 포기하는 게 맘 편하다. 구글에서 원문을 번역했다가 낭패 본 사람들은 안다. 번역이 얼마나 섬세하고 까다로운 작업인지.

번역은 사람이 해야 하는 일이다. 구글에서 공부하세요를 입력하면 플리즈 스터디(Please study)라 나온다. 그런데 공부하세용이라 치면 하세용 스터디(Haseyong study)로 바뀐다. 말은 날로 변한다. 기계는 그 속도를 따라잡기 어렵다.

소셜네트워크를 통해 세계 소통 장벽은 이미 무너졌다. 140자 단문 메시지는 한국과 미국, 유럽을 가리지 않고 넘나든다. 짧은 글들의 범람은 문법도 파괴했다. 구글 번역기를 아무리 돌려봐야, 원어를 모르면 이해가 어렵다.

모바일 시대, 번역이 더 중요해졌다고 말하는 이정수㉛ 플리토 대표를 최근 삼성동 한 카페에서 만났다. 플리토는 '집단지성 소셜번역'을 업으로 삼았다. 모바일에서 가능해진 '집단지성'을 무기로 삼았다. 이달 중 30억 원 투자 유치도 확정됐다. 플리토의 비전이 큰 평가를 받았다.

저희가 기술이 뛰어난 건 아니에요. 대신 사업 모델에 대한 특허가 있죠. 전문번역가를 쓰기 어려울 때, 외국어 잘하는 친구한테 '밥 사줄게 이거 좀 도와줘' 이러잖아요? 이걸 컴퓨터로 옮겨온 게 저희 사업 모델이죠. 모바일 특성상 답이 빨리 오니까요.

플리토 사업 모델은 단순해 보인다. 번역하고 싶은 문장을 플리토 애플리케이션(이하 앱)에 던져 놓는다. 회원들에 번역 요청 알림이 간다. 오, 내가 번역할 수 있는 문장이네? 그러면 번역에 입찰. 요청자는 마음에 드는 결과물을 선택하면, 끝. 쉽다.

번역이 필요한 사람과, 할 수 있는 사람을 '소셜'로 연결해 주는 것. 모바일 앱으로 인터넷에 깔린 얼굴 모르는 친구한테 '나 번역 좀 도와줘'라고 말할 수 있게 만든 것. 밥 한 끼 대신 일정의 적립금을 대가로 지급하는 것. 누구나 할 수 있는 일 같아 보이지만, 이 정도로 체계적인 번역 시스템을 갖춘 곳은 플리토가 유일하다.

초창기 플리토는 '트위터 번역기'로 더 알려졌었다. 한류 스타들의 트위터 번역에 많이 활용돼서다. 플리토 이름 알리기로 보면 나쁘지는 않았다. 그렇지만 이 대표가 가진 꿈은 더 크다. 번역을 중심에 두고 다양한 사업을 고민한다. 글로벌 기업이 또 다른 목표다.

앞으로는 글로벌 B2B로 갈 거예요. 번역이 필요한 산업이 많아요. 번역을 중심에 놓고 유통, 만화, 여행으로 무궁무진하게 뻗어 나갈 수 있어요. 실제로 마케팅 하는 기업에서 플리토에 관심도 많아요. 상품평에 쓰인 200자를 번역하는데 하버드 출신 전문 번역가를 쓸 순 없잖아요?

흥미로운 말이다. 국내서도 대부분 온라인 쇼핑몰들이 직구, 역직구를 새로운 사업군으로 잡았다. 국내외 쇼핑객들의 반응을 살피기에 댓글만큼 확실한 곳도 없다. 역시, 번역이 필요한 부문이다. 삼성동 본사 외에 미국에 새 사무실을 구하고 있는 것도 글로벌 시장을 노린 행보다.지금 플리토를 사용하는 인구는 250만 명. 쓰임이 가장 활발한 곳은 인도네시아다. 한류 영향도 받았고, 국가 지원으로 현지 마케팅에 공을 들이기도 한 결과다.

이용자를 더 늘리고 번역 품질을 높이기 위한 마케팅과 플랫폼 확장에 더 신경 쓸 거예요. 번역할 줄 아는 사람들이 많이 들어와야 품질도 높아질 거고, 그러면 이용자도 더 늘어나지 않겠어요? 보상은 예전에는 현금으로만 줬는데, 지금은 '아프리카 어린이에게 생수 전달'처럼 기부형식도 도입했어요. 지역별로 이용자들이 원하는 보상 방식이 다르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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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대표는 플리토가 인도네시아를 넘어 세계 곳곳에서 널리 쓰일 수 있을 것으로 봤다. 특히 유럽이나 아시아, 아프리카를 눈여겨본다고 말했다. 비영어권에서 SNS를 통한 대화가 더욱 활발해질 것을 염두에 뒀다. 이들에게 플리토는 유용한 소통 도구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한다.

사람들이 모르는 거 있으면 '네이버에서 찾아봐' 이러잖아요. 외국에서는 '구글링해봤어?'라고 묻고요. 이런 것처럼 번역(translation)이라는 말 대신 '플리토'를 말하게 만들고 싶어요. '플리토해봤어?' 제가 아주 좋아하는 말이거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