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용 소프트웨어의 상징으로 통하는 마이크로소프트(MS)가 소프트웨어정의네트워킹(SDN) 분야에선 오픈소스 중심의 전략을 들고 나와 주목된다.
5일(현지시간) 미국 지디넷에 따르면, MS는 오픈소스 SDN 프로젝트이자 리눅스재단에서 진행하는 오픈데이라이트 프로젝트에 네트워크솔루션업체 못지않은 않은 참여를 보이고 있다.
MS는 4일 열린 오픈데이라이트서밋 행사에서 공개된 오픈데이라이트1.0 버전을 애저 클라우드 환경에 적용한 모습을 시연했다. 라지브 나가르 MS 그룹프로그램매니저는 5일 기조연설을 통해 SDN 민주화를 주제로 강연했다.
MS는 시스코, 주니퍼, 브로케이드, 에릭슨, IBM, 레드햇 등과 함께 오픈데이라이트 프로젝트의 플래티넘 회원사다. 오픈데이라이트서밋 행사에는 에릭슨, IBM과 함께 플래티넘 스폰서로 지원했다.
MS는 오픈데이라이트 프로젝트에 지난해 풀타임 개발자 10명을 투입했다. 컨소시엄에는 50만달러(약 5억원) 가량의 비용을 제공했다.
오픈데이라이트에 쏟아붓는 MS의 행보는 뜻밖으로 비춰질 수 있다. SDN이 네트워킹에 대한 기술이란 점에서 OS와 애플리케이션 개발사의 참여는 제한적일 것으로 생각되는 탓이다.
그러나 좀더 파고들면 MS에게 오픈데이라이트는 충분한 투자 가치가 있다. MS가 운영중인 데이터센터 네트워크 인프라 운영에 오픈데이라이트를 사용하려는 것으로 볼 수 있는 것이다. 윈도 플랫폼과 SDN 프레임워크의 결합을 시도하는 목적도 엿보인다.
4일 MS 애저를 시연하면서 MS는 퍼블릭 클라우드 서비스를 구성하는 네트워크 인프라를 SDN으로 구성하려는 시도가 진행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
또 5일 기조연설자였던 라지브 나가르 매니저의 소속은 윈도 데이터센터 네트워킹&플랫폼팀이다. 그는 윈도 OS 플랫폼과 디바이스, 데이터센터 및 클라우드 서비스 등의 네트워킹 기술 개발을 책임지는 인물이다.
그의 발표는 프라이빗, 하이브리드 클라우드 환경을 위한 SDN 구축법에 대한 것이었다. 라지브 나가르 매니저는 MS에서 우리는 거대하고 다양한 고객 규모를 대상으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라며 애저, X박스, MS 클라우드 기반 애플리케이션을 위한 수만대의 미션크리티컬서버를 보유했다”라고 밝혔다.
그는 “이같은 대규모 환경에서 민첩성과 유연성은 MS 내부와 외부 IaaS, PaaS, SaaS 고객 수요 모두를 지원하는데 중대한 요소다”라며 “오픈데이라이트는 MS 데이터센터와 클라우드에서 강력하면서도 유연한 네트워크를 구현하게 해준다”라고 강조했다. 그에 따르면, MS는 오픈데이라이트 이사회와 기술위원회 모두에 참여하고 있다. 단순 스폰서가 아니라 실질적인 오픈소스 기술 개발에 입김을 강하게 불어넣고 있다는 의미다.
나가르 매니저는 “MS는 SDN을 파괴적인 기술이라고 보고 있으며, 업계는 SDN의 혜택이 벤더뿐 아니라 최종사용자에게 전달되도록 함께 노력하고 있다”라며 “오픈데이라이트는 SDN의 희망을 전달할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SDN이란 네트워킹 하드웨어에 존재하는 제어영역과 데이터처리영역을 분리하고 중앙집중화된 제어SW를 통해 전체 네트워크를 구축, 관리한다는 움직임을 일컫는다. 하드웨어 종속성을 없애 네트워크 인프라의 유연성과 민첩성을 확보하는 것이 목표다. 그동안 네트워크 영역은 장비제조업체의 폐쇄적인 솔루션에 의존하기에 이기종 벤더를 사용하는 경우 통합적이고 자동화된 관리가 불가능했다.
SDN을 구현하면 사용자는 네트워크를 가상화와 클라우드 환경에 맞게 구성할 때 수작업을 최소화할 수 있다. 오픈데이라이트는 이 같은 SDN 구현을 위한 표준 컨트롤러와 구성품을 오픈소스로 개발하고, 표준화된 아키텍처를 제공하자는 목적으로 시작됐다.
나가르 매니저는 “MS가 하이브리드 클라우드 배포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점에서 오픈데이라이트의 가능성을 보고 있다”며 “데이터센터용인 윈도서버 플랫폼과 시스템센터 등 모든 MS SW 스택은 제어, 관리, 멀티테넌트 서버 오케스트레이션 등을 포함하는데, 여기에서 오픈데이라이트는 네트워크 영역을 보완한다”고 말했다.
MS는 윈도서버2012와 시스템센터2012를 내놓으며 SDN, 그리고 소프트웨어정의인프라(SDI)를 지향하는 모습이다. 윈도서버와 시스템센터는 서버, 스토리지, 네트워크 등을 가상화된 형태로 통합적으로 생성, 배포, 관리할 수 있는 기능을 제공한다.
하지만 SDN에 있어 MS가 보유한 현재 데이터센터 제품군이 완벽한 건 아니다. 윈도서버나 시스템센터가 SDN 컨트롤러처럼 다양한 애플리케이션을 수용하고 세밀한 네트워크를 관리하는데 기능적 한계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MS는 오픈데이라이트를 자사 클라우드 제품군에 포함시킴으로써 SDN의 성격을 강화할 수 있다.
애저에 오픈데이라이트를 활용하는 건 보다 의미있는 행보로 보인다. SDN을 구현하기 위한 초기 방안으로 거론된 기술적 방법은 오픈플로란 오픈소스 기술을 활용하는 것이었다. 오픈플로는 SDN 구현 시 컨트롤러와 데이터처리부 간 제어정보를 주고 받기 위한 프로토콜이다.
그러나 오픈플로는 일종의 기술일 뿐 전체적인 프레임워크로는 진화하지 못한 상태다. 때문에 오픈플로를 활용하는 아키텍처는 매우 다양하고, 사용자가 참조할 만한 공개된 방법론이 부족하다. 오픈플로를 활용한 기업으로 구글, 페이스북 등이 거론되는데, 이들 기업의 구현 방법론은 구체적으로 공개돼 있지 않으며, 일반적인 기업에서 활용하기에도 부적절하다.
이로 인해 SDN에 관심을 보여온 사용자 측은 SDN 구현에 많은 혼선과 시행착오를 겪어야 했다. 오픈데이라이트는 SDN 구축을 표준화하는 움직임이다. MS가 윈도 애저란 대규모 서비스에 표준화된 프레임워크를 공개적으로 사용하면, 훌륭한 사용자의 참조모델이 개발과 운영 모두에서 만들어지는 셈이다.
MS는 윈도 애저 클라우드 서비스를 자체 인프라에서만 제공하지 않는다. 중국의 경우 그 지역의 서비스 파트너를 통해 중국판 애저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중국의 MS 애저 파트너는 MS에게 애저 클라우드 구축방법을 이식받고 직접 인프라를 관리한다. 오픈데이라이트를 애저에 적용하는건 세계 각지에서 지역 애저 파트너를 확보하는데 좋은 툴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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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S는 최근 데이터센터 시스템 관련 기술에서 오픈소스 진영과 적극적으로 소통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최근엔 데이터센터 하드웨어의 오픈소스화를 추진하는 오픈컴퓨트프로젝트에 합류했다. MS는 이를 위해 애저에 활용된 서버와 스토리지 하드웨어 디자인의 CAD 도면을 공개했다. 이 행보 역시 지역 애저 파트너를 확보한다는 점에서 오픈데이라이트와 동일한 이익을 준다.
나가르 매니저는 “향후 오픈데이라이트는 애플리케이션과 서비스의 풍부한 세트를 이끌 수 있다”라며 “공통 API를 전달하는 것을 통해 네트워크를 관리하는 표준화된 방법은 혁신에 영감을 줄 것이다”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