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가 만든 SW교육기관이라고 해서 특히나 관심을 끌었던 NHN넥스트가 요즘 제대로 된 SW교육의 레퍼런스를 보여주겠다며 분주한 모습이다.
NHN넥스트는 네이버가 지난 2011년 업계 수요 대응 차원에서 SW교육전문 비영리법인으로 설립했다. 당시 검색, 포털, 소셜, 클라우드, 게임이라는 산업을 '미래지향적 분야'로 명시하고 그에 맞는 인재를 키운다는 설립 목표를 내걸어 업계 화제를 모았다.
NHN넥스트는 지난해 9월 한성대 컴퓨터공학과 교수였던 이민석 학장을 맞아들였다. 그는 네이버(당시 NHN) 최고기술책임자(CTO) 김평철 초대 학장에 이어 2대로 학교를 맡았는데, 최근 18년 된 대학 교수 자리도 그만뒀다. SW교육을 '제대로' 한번 해보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제대로 된 SW교육이라…거룩하고도 두루뭉술하게 들린다. 그러나 한가지 분명한 사실이 있다. 이민석 학장이 제대로 된 SW교육을 말한다는 건 한국에서 제대로된 SW교육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전제를 깔고 있다는 것이다. 대학도 학원도 제대로된 SW인재를 양성하기엔 함량미달이라는 의미로도 들린다.
최근 이민석 NHN넥스트를 만나 제대로된 SW교육에 대해 제대로 한번 물었다. 학교 운영 방안에 대한 포부, 업계 기대에 대한 고민, 국내 환경에 대한 문제의식을 나눠 대화를 나눴다. 한번에 정리하는 것보단 이슈별로 나누는게 나을듯 싶어, 2편으로 재구성했다. 첫번째는 앞서 언급했듯 제대로된 SW교육에 대한 것이다.
그에 따르면 NHN넥스트는 더이상 IT업계에 낯선 존재가 아니며 지원자 수준도, 외부 기대도 높아졌다. 여전히 설립 초기라 부족한 게 많지만 진정성을 갖춘 SW교육을 위한 여건을 마련해 나가고 있다.
(컴공과 교수로서 SW교육을) 18년 했는데, 그만 뒀습니다. 나오기 전엔 입학처장으로 있었는데 대학교 시스템에서도 할 수 있는 게 제한적이었어요. 기업이 원하는 만큼 업계 상황에 맞는 SW전문 인재를 만들기가 쉽지 않았죠. NHN넥스트에서는 (제도 탓 안하고) 해볼 수 있는 거 다 해보려고요. 잘 돼야하는데…(웃음)
업계는 '좋은' SW인재를 원한다. 능력이 출중하되 그게 변화무쌍한 시장 요구에도 알맞아야 한다. 누구나 알고 있는 사실이다. 그런데 국가가 학위를 줄 수 있다고 인정한 교육기관들은 경직된 교육 관련 제도들을 따른다. 시장과 괴리가 생기는 건 필연적이다. 기업들은 현장을 파악하지 못한 SW전문인력을 채용함에 따라 재교육으로 부담을 느껴 왔다.
총체적인 문제예요. 입학 시스템, 졸업 요건, 커리큘럼 등을 대학 마음대로 할 수가 없죠. 그걸 따르는 학생들의 수학 태도까지, 이런 온갖 군데를 다 들쑤셔서 고쳐봐야 (제대로 된 SW교육을) 할 수 있는데, 제도는 잘 안 바뀌죠. 이건 몸담았던 대학만의 문제도 아녜요. 함께 일한 교수들 가운데 역량이 출중한 사람도 많았죠.
이 학장은 SW교육이 강의 위주 형태에서 프로젝트 수행 중심으로 가야 한다고 여긴다. 그 과정에 활발한 토론이 따라오는 것도 좋다. 핵심은 오프라인 중심의 유연한 수업 구성과, 각 학생의 장단점과 역량에 대한 개별적인 접근, 그런 환경에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는 교수진들로 요약된다.
실제로 NHN넥스트는 기초과목을 제외하면 완전 프로젝트 방식에 가까운 형태를 지향한다. 이 때 경험보다 습득이 중요한 지식일 경우엔 단발성으로 강의 형식을 취할 수도 있다. 이처럼 실습과 의견 교환에 무게를 둔 수업은 온라인 강의로 운영하기 어려워진다. 가르치는 사람의 능력과 태도도 그 수업 방식만큼 중요하다.
대학 교수는 훈련받지 않은 직업이죠. 학생들 가르치는 방법을 배워야 되는데, 연구만 하다 어느 날 갑자기 돼요. 선천적으로 잘 가르치는 몇몇 분들 빼면 자기가 '맞다 싶은' 방식을 따르죠. '더 잘' 가르치는 게 뭔지 모르게 되고. 당장 교수 역할이 연구 중심이고, 성과도 그런 쪽으로만 보니 결국 시스템 문제죠.
그런 점에서 NHN넥스트는 이 학장이 재량을 살리기가 비교적 자유로운 편이다. 그는 NHN넥스트에서 채용한 교수들 스스로도 이런 관점을 잘 수용하는 편이라 여긴다. 교수들이 본인의 재능과 별개로 교수법 측면에서 훈련할 수 있는 부분이나 수업에 대한 문화 등을 고민할 줄 안다는 얘기다. 이는 학생별 특성에 맞춘 교육으로 이어진다.
모든 학생에게 같은 방식이 먹히는 건 아닐 거예요. NHN넥스트의 SW전문교육 과정에서 개별적인 접근이 상당히 중요할 거라 봅니다. 강의식보다 프로젝트 방식이 학생에 대한 개별적인 접근에 더 적절하기도 할 거고요. 고민할 점이라면 학교를 운영하는 입장에서 투입되는 자원이 그만큼 많아진다는 점이겠죠.
그래서 학교는 재학생 정원이 일정 규모를 넘기지 않게 하고 있다. 1, 2, 3학년 합쳐 240명이 최대다. 2013년도와 2014년도 입학생 규모도 각각 120명으로 제한했고 다 뽑지도 않았다. 첫해 1학년 86명을 합격시켰다. 그 중 입대 등 휴학생을 제외하고 60여명이 다닌다. 이 수가 커지면 새 입학년도 모집 정원은 작아진다.
남은 자리가 50명이면 그 해엔 50명만 뽑는 거죠. 학생을 한 입학년도에 1차와 2차로 뽑는데, 1차에 모집 정원이 찼으면 2차는 안 뽑을 수도 있는 거죠. (SW개발 프로젝트나 IT시스템 관리처럼) '사이즈'가 결과의 품질에 중요한 변수라서요.
이 학장은 학생이 아니라 오히려 교수를 늘릴 방침이다. 현재 학생대 교수 비율이 15대 1로 '전국최고' 수준이라 자평하면서도, 언제까지 달성하겠다는 말은 하지 않았지만 이 비율을 10대 1까지 맞추겠다는 목표를 잡았다. 학교는 이미 지난 연말부터 교수를 충원해왔다.
어떤 교수를 뽑느냐는 물음에 이 학장은 주업은 학생을 가르치는 일이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개발자로서 역량을 갖춰야 하지만 교육에 대한 열의도 있어야 한다며 대학처럼 일방적인 '수업 딜리버리'를 하는 게 아니라 학생들이 아무 때나 와서 질문해도 받아주고, 그들의 특성을 파악할 수 있었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그의 관점에서 '실무 교육'의 핵심은 현장에 필요한 '스킬'이 아니라 '체험'을 주는 것이다. 현장은 달리 말하면 결국 회사인데, 개발부서에서 신입 인력을 교육하는 방식을 보면 옆에 배울 사람을 앉히고 가르치는 경우가 많다. 이런 현장 체험 중심의 SW교육을 하려면 가르칠 사람을 지금보다 훨씬 늘릴 수밖에 없다는 거다.
SW교육도 과학이에요. 시장이 워낙 빨리 바뀌니까, 오히려 변화에 맞춰 개선할 수 있는 '틀'을 잘 만들어 주는 게 좋다고 봐요. 사실 일반 학교는 현실적으로 어려운데, 그 처한 환경에서는 잘하고 못하고를 떠나 최선을 다 하고 있다고 생각해요.
학교에 제대로 된 SW교육을 위한 경험과 시스템이 갖춰지면 그걸 많은 기업과 교육기관에 알리고 공유하는 게 다음 일이다. 학교는 이를 위해 이달중 기업 대상으로 '오픈캠퍼스'를 연다.
여러 조직, 교육기관에서 NHN넥스트의 방식을 궁금해하고, 보고 싶어합니다. (방법론을) 공개한다면 그 일부에선 커리큘럼을 갖다 쓸 수도 있고, 여기 시스템을 부분적으로 도입할 수도 있겠죠. 재학생들이 외부 대회 수상도 곧잘 해요. 숙제는 (졸업생 배출 이후) 장기적인 성과 입증이죠.
NHN넥스트의 존재감은 전년대비 홍보를 줄였는데도 1년새 지원자가 늘고 그 수준이 높아졌을 정도로 커졌다. 학교의 노력이 담긴 SW교육의 성과는 재학생이 보여줄 것이다. 이미 이곳의 인재를 요하는 협력 제안은 많다. KT와는 지난해초 MOU를 맺고 학생 인턴의 내부 프로젝트 지원을 약속했다. 국내 여러 대기업과 게임회사를 필두로 한 중소기업들의 관심이 크다.
이 학장에게 지금같은 외부 기대는 어쨌든 고무적이지만 '졸업자 학위 수여' 때문에 안은 고민은 깊다. 지금처럼 '학점인증제 평생교육시설'인 학교에선 학위를 못 준다. 재학생 병역 연기가 가능할 뿐이다. 이것도 과거 규정대로라면 최소 3년을 운영해야 받는 자격이었다. 교육부가 지난해 이 기간을 1년반으로 줄여, 첫 입학생들에게도 적용이 되는 게 그나마 다행이다.
지원자의 학부모들은 당장 '학위를 줄 수 없는' 학교의 현실에 부정적 인식이 크다. 종종 이 학장이 우려섞인 비난조의 전화를 받는 이유일 것이다. 그는 이런 학부모들에게 학교의 상황과 학생의 선택이 갖는 무게가 부모가 원하는 다른 방향과 대등할 수 있다는 점을 진지하게 설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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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학생 비중을 최종 학력으로 구분하면 대학 이상이 60%, 고졸로 온 친구가 40%예요. 학력별 비중은 우리 역량과 무관하지만, (고졸 학력의) 좀 더 어린 친구들이 처음부터 제대로 배우게 하고 싶은데, 그 학생들이 처한 환경은 엄중하죠…(정규 대학화를) 교육부와 상의 중이긴 한데 제도라는 게 유연하지 않잖아요. 과연 (교육법대로) 입학시 수능과 내신을 보고 학년제나 학점제 등 정규 교과목의 틀을 따르는 동시에, 개별 학생의 역량을 파악해가는 교육이 성립할지…학교 설립취지를 지키면서 필요조건을 받아들일 수 있을진 모르겠어요.
(초등 코딩교육, 커뮤니티 중심으로 가야로 이어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