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터 분석에 기반해 마케팅 프로모션을 펼치는, 디지털 마케팅이 화두가 됐다. IBM, 오라클, 어도비시스템즈 등 거물급 IT업체들은 디지털 마케팅을 위한 클라우드 서비스를 잇따라 내놓고 있고, 국내서도 대기업을 중심으로 도입 사례가 늘어나는 양상이다.
스타트업들도 디지털 마케팅 영향권에 들어섰다. 실리콘밸리 스타트업들의 경우 데이터 과학자들이 내놓은 결과물이 회사 의사 결정에 비중있게 반영된지 오래다. 링크드인, 넷플릭스 등이 대표적이다. 이들은 철저하게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물을 근거로 마케팅을 펼친다.
폭과 깊이에서 실리콘밸리와 차이가 있지만 디지털 마케팅은 국내 스타트업 생태계도 서서히 파고드는 모습이다. '배달의 민족'과 함께 국내 대표적인 배달 음식 주문 앱으로 통하는 요기요도 창업과 함께 디지털 마케팅을 적극 활용한 경우다.
요기요가 펼친 디지털 마케팅은 박지희 부사장 겸 최고마케팅책임자(CMO)의 손에서 나왔다. 호텔분야에서 디지털 마케팅 경험을 쌓은 박 부사장은 요기요에 합류하자마자 디지털 마케팅을 적극 시도했다.
국내 환경에서 스타트업이 디지털 마케팅을 전면에 내세우는게 쉽지만은 않다. 어도비시스템즈 등이 내놓은 마케팅 클라우드 서비스는 스타트업이 쓰기엔 비용이 만만치 않은게 사실이다.
스타트업들이 쓸만한 저렴한 툴이 많은 것도 아니다. 박 부사장도 스타트업에서 데이터 중심의 마케팅이 중요하지만 국내 스타트업들이 과학적인 디지털 마케팅을 위해 활용할 수 있는 툴이 많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런 상황에서 박 부사장이 선택한 방법은 IPTV를 통한 광고였다. IPTV광고는 온라인 배너광고 처럼 CPM방식(1천건 노출 당)으로 노출 건 수를 조정할 수 있고 노출 시간과 지역까지 세부적으로 타케팅할 수 있다. 그런 측면에서 디지털 마케팅과 유사하다는게 그의 설명이다.
처음에는 4~5천만원 정도 들여 지상파 광고를 테스트 해봤는데 전혀 효과가 없었어요. 대체할만한 채널을 찾다가 데이터로 측정할 수 있는 IPTV 광고를 골랐습니다. 다양한 시도 끝에 광고 효과를 추적할 수 있는 방법도 만들었고요. 계속 모니터링하면서 시간대와 지역별로 투자대비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도록 조정해 나가고 있어요.
박 부사장에게 디지털 마케팅은 '테스트 앤 런(test and learn)'으로 요약된다. 쓸만한 채널인지 아닌지, 목적에 부합하는 메시지는 무엇인지 하나하나 바꿔가며 테스트해보고 그 중 가장 성과 좋은 모델로 최적화시켜 나가는 과정이다.
그는 디지털 마케팅에서 고객과의 접점이 디지털 공간일 필요는 없다고 했다. 인터넷이나 모바일 기기에서 특정 브랜드나 서비스를 소비하는 패턴을 분석한 뒤 이를 마케팅에 반영하는 것 말고도, 해볼만한 공간이 있다는 것이다. IPTV 광고도 그 중 하나다.
박 부사장은 IPTV를 TV광고로 볼 수 있지만 어떻게든 데이터를 연동시켜 최적화 시킨다면 디지털 마케팅이 될 수 있다'면서 디지털마케팅이 '추적과 최적화'가 특징인 만큼 스타트업일 수록 다양한 방법을 시도해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박 부사장은 디지털 마케팅을 커리어패스로 잡았다. 노하우 축적을 위해 이것저것 해보고 싶은게 많은데, 스타트업에 몸담은 입장에서 그게 만만치는 않다.
앞서 언급했듯 디지털마케팅은 '테스트 앤 런(test and learn)'을 통해 최적의 마케팅 기법을 학습하고 확장해 나가야 하는데 한국은 이를 테스트해볼 만한 마케팅 채널과 효과를 측정할 기술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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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유럽에선 소비자들의 패턴을 연구한 뒤, 타겟 마케팅으로 연결하는 사례가 많고, 디지털 마케팅 서비스를 제공하는 업체간 경쟁도 치열하다보니, 관련 기술도 많이 발전됐다. 그러나 한국은 디지털 강국답지 않게 스타트업들이 쓸만한 디지털 마케팅 서비스 기반이 취약하다고 박 부사장은 지적했다.
그러나 최근들어 티그레이프나 파이브락스 등 스타트업들이 디지털 마케팅을 할수 있는 인프라를 제공하는 회사들도 속속 등장하고 있어 주목된다. 린스타업의 저자 에릭 리스도 스타트업에게 분석 능력은 필수라고 강조한 바 있다. 그런만큼, 2014년에는 분석 기반 디지털 마케팅을 시도하는 스타트업들도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일찌감치 이 분야에 관심을 가져온 요기요의 행보도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