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모기업 기획팀의 사원 A씨는 주요 임원이 참석하는 회의용 자료집를 만드느라 밤을 새웠다. 회의 자료를 인쇄하고, 스테이플러로 철한 뒤, 빠진 페이지는 없는지 체크해야 했기 때문이다. 100페이지에 달하는 자료집을 만들던 그는 마무리 시점에 오타를 발견했다. 철해 놓은 자료집을 일일이 해체하고 수정한 페이지를 넣어 다시 만들었다. 다음날 아침 회의가 시작됐다. 회의실 불이 꺼지고 기획안 보고가 시작됐지만, 어두워진 회의실에서 두꺼운 자료집을 보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2. 회의가 끝났다. A씨는 배포했던 모든 자료집을 수거했다. 신제품 기획과 관련된 회의여서 비밀유지를 위해 자료집 유출을 막아야했기 때문이다. A씨는 새것에 가까운 자료집을 모아 해체작업에 돌입했다. 엄청난 분량의 종이가 쌓였다. 그는 세절기를 이용해 한 장씩 파기했다. 그는 자료집을 없애는데 반나절을 소비해야 했다. 총무팀 직원은 종이를 낭비한다며 A씨를 타박했다.
일반 기업체나 공공기관에서 일상적으로 벌어지는 모습이다. 지금도 수많은 종이 보고서가 회의에 사용되고, 버려진다. 극단적인 경우지만, 비밀 보고서를 제대로 관리하지 못해 주요 기업정보가 유출되는 일도 빈번하게 벌어진다.
‘페이퍼리스(Paperless)’ 종이없는 사무실은 꽤 오래전부터 주창되고 설파된 개념이다. 많은 기업들이 실제로 페이퍼리스 오피스를 구현에 나섰다. 자료를 디지털화하고 업무를 PC로 하게 했다. 그럼에도 종이는 사무실에서 사라지지 않았다. 사무실뿐 아니라, 학교와 학원가에서 페이퍼리스는 먼 나라 얘기다. 종이가 없어지지 않으니 원격회의, 원격강의 같은 모습도 함께 뒤로 미뤄진다.
희의실이나 강의실에서 종이가 사라지지 않는 건 개인의 취향과 별개 문제다. 종이로 출력하지 않고 디지털 자료집을 여러명이 동시에 보는 솔루션도 없는 게 아니다. 유니파이드커뮤니케이션(UC)이란 솔루션이 이미 나와 있다.
UC의 문제는 비용이다. 디지털 회의실이란 걸 만드려면 수억원 정도는 우스운 정도의 구축비용을 들여야 한다. 구축비용만 해도 부담스러운데 중소기업, 공공기관, 학교에서 UC를 사용하는 건 언감생심이다,
막대한 비용은 인프라 투자 때문에 비롯된다. 현존 UC솔루션은 화상회의와 공유 자료의 데이터를 별도 포맷으로 처리하지 않는다. 영상과 그 사람이 공유한 프리젠테이션 자료를 모두 화상으로 처리해 전송한다. PDF든, PPT든 각 페이지를 사진으로 찍어 상대편에 보내는 것과 같다. 그만큼 네트워크 대역폭을 많이 소비하고, 여러 모바일 기기로 보내는데 한계가 있다.
■위스캔, 클라우드 기반 '페이퍼리스 협업 솔루션' 개발
이런 가운데 국내의 위스캔(대표 이태호)이란 회사가 클라우드 기반의 페이퍼리스 협업 솔루션을 개발했다. ‘위노트’라 이름붙인 이 회사의 솔루션은 스마트폰, 태블릿 등을 이용해 회의자료를 실시간으로 공유하게 해준다. 공유된 자료에 대해 발표자가 페이지를 넘기면 듣는 사람의 기기에서도 동시에 넘어간다.
사용방법은 일반 UC협업도구와 유사하다. 회의 주최자는 가상의 회의실을 생성한 뒤 참석자에게 접속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한다. 주최자가 발표자료를 클라우드에 올리고, 참석자가 접속하면, 동일한 자료가 각자의 기기에 나타난다. 발표자가 위노트에서 제공되는 펜기능으로 필기하는 내용도 동시에 다른 기기에 반영된다. 발표자와 참석자의 기기에서 화면변화의 속도 차이는 거의 없다.
공유할 수 있는 파일의 종류도 다양하다. PDF 포맷뿐 아니라, 아래아한글, 마이크로소프트(MS) 오피스 문서도 공유할 수 있다. PDF 뷰어 앱들이나 한컴뷰어, 폴라리스 같은 오피스전문회사의 뷰어보다 더 광범위한 확장자를 지원할 뿐 아니라, 속도도 더 빠르다.
위노트에서 일어나는 모든 행동은 레코딩이 가능하다. 발표자의 음성과 화면 상의 각종 표시 행위를 녹화해, 따로 모아둘 수도 있다.
이같은 속도의 비결은 클라우드 컴퓨팅이다. 공유되는 파일의 저장 위치는 사실 크게 상관없다. 기본적으로 보안 문서의 경우 발표자의 기기에 저장하거나, 사용자가 원할 경우 드롭박스 같은 클라우드 스토리지 서비스에 저장해둘 수도 있다.
대신 자료를 여러 사람에게 전달하고, 회의 주최자가 자료에 가하는 필기 정보를 접속자 모두에게 동시에 전송하는 작업이 클라우드로 이뤄진다.
이를 이용하면, 사람 수에 관계없이 종이없는 회의실, 종이없는 강의실을 실현할 수 있다. 어차피 모든 데이터 처리가 클라우드로 이뤄지므로, 접속자의 위치와 기기도 상관없다. 회의 자료를 출력하고, 철하는 번거로운 작업도, 비밀유지를 위한 문서 회수도 필요없다.
이같은 속도와 기능을 제공할 수 있는 건 위스캔이란 회사의 독특한 역량이다. 위스캔은 이기종 iPBX 연동 등 UC 관련 기술력에서 출발한 회사이며, 소셜명함서비스 ‘위위박스’를 통해 문서변환기술도 함께 보유한 회사다. 컴퓨팅, 문서변환, UC 등에 대한 폭넓은 역량을 함께 보유한 덕에 위노트가 탄생할 수 있었다.
■ 수요 늘 것으로 기대...클라우드 의구심 떨쳐야
이태호 위스캔 대표는 위노트의 시장이 확고하다고 확신하고 있었다.
“공공기관, 학교, 기업체 등 어딜가도 회의 자료 때문에 골치를 썩고 있습니다. 다들 UC를 도입할 순 없고, 쉽고 빠르게 협업을 할 수 있게 하는 솔루션을 찾고 있었죠. 시장 수요는 확실히 강합니다. 덕분에 사용자들의 반응이 매우 우호적입니다. 구매의향을 전하는 곳이 상당히 많아요.”
그러나 위노트가 넘어야 할 산이 하나 있다. 사용자들의 클라우드에 대한 의구심이다.
“아직 우리나라는 중요한 자료를 클라우드에 올리는 걸 꺼려합니다. 기밀 자료가 자칫 새어 나가고, 누군가 엿볼 수 있다는 생각을 하는 거죠. 위노트를 처음 접하곤 기능과 성능에 만족스러워 하다가도 보안을 걱정해서 주저하는 경우가 많아요. 그래서 그를 위한 별도의 방법을 솔루션으로 마련해서 실험중입니다.”
위노트는 최근 삼성전자의 B2B 파트너 프로그램의 모바일 부문 파트너로 등록됐다. 또한 위노트를 갤럭시 노트 10.1 기업용 제품에 공급하게 됐다. 안드로이드 뿐 아니라 아이패드용 위노트앱이 최근 등록됐고, 아이폰용도 등록절차를 진행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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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위노트에 대한 구상은 단순히 회의를 위한 협업 솔루션으로 그치지 않는다. 녹화기능을 이용한 응용도 생각하고 있다.
“발표자료 원본을 파일로 공유하는 방법은 이미 많이 나와 있지요. 혹은 강사의 강의를 동영상으로 녹화해 제공하는 서비스도 있고요. 그런데 중요한 건 발표자료에 대한 강사의 판서 내용은 공유되지 않아요. 사람 얼굴과 목소리만 나오거나, 원본 자료의 페이지가 넘어갈 뿐이죠. 그런데 강의 시작부터 끝까지 원본자료에 적는 필기내용이 시간순으로 다 남아있다면 어떨까요. 온라인 강의에 새로운 형태가 될 수 있지 않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