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웅 "애니팡 성공방식, 과감히 버린다"

한국서 성공한 애니팡 방식을 그대로 들고 나갈 욕심은 버렸어요. 지금도 시장 조사를 하고 있는데요, 나라별로 비슷하지만 다른 점이 분명히 있어요. 이런 점들을 분석해 틈새 시장을 공략해야죠

선데이토즈를 바라보는 시선은 두개로 갈린다. 애니팡으로 카카오 게임 신화를 일궈낸 벤처 신화, 또는 국내서만 히트 친 절반의 성공.

이정웅 대표를 20일 경기도 분당에 위치한 선데이토즈 회의실서 만났다. 2008년 창업, 28살 나이에 '젊은 사장'이 된 그는 지금을 선데이토즈가 성장의 토대를 다지는 시점이라 말했다.

똑같은 아이콘 세개를 일렬로 맞춰 없애는 퍼즐 게임은 애니팡 말고도 많다. 미국엔 비쥬얼드, 유럽선 캔디크러시사가, 일본엔 포코팡이 인기를 끈다. 애니팡 짝퉁 게임으로 불리는 매일매일팡팡이 중국서 선전한다.

그런데 이정웅 대표의 표정은 느긋하다. 애니팡 같은 류의 게임들은 오래전부터 굉장히 많았다고 말한다. 미국서 인기를 얻은 비쥬얼드가 한국선 크게 흥행하지 못한 이유를 살펴봐야 한다는 것이다.

애니팡의 동글동글 귀여운 동물 캐릭터는 한국인들의 정서를 파고들었다. 핵심은 문화코드에 맞는 차별화다. 각 나라마다 적확한 소셜그래프를 찾아야한다. 애니팡이 글로벌 진출할 땐, 우리 눈에 익숙한 애니팡이 아닐 것이란 이야기다.

창업전에 한게임 플래시 사업부에서 4년간 100개가 넘는 게임을 만들었어요. 비슷한 게임이라도 어떻게 차별화를 두느냐에 따라 다르죠. 한국에서 애니팡이 잘 됐던 방정식이 다른 나라에서 통할거란 생각은 안해요. 소셜 게임의 성공은 절반이 게임성, 절반이 각 나라에 맞는 소셜성에서 나온다고 봐요.

한 번 성공한 방식을 포기하는 것은 누구라도 어렵다. 그는 과거의 경험에서 잘 버리는 것이 성공하는 길이란 교훈을 얻었다. 싸이월드가 가장 잘나가던 시절, '아쿠아스토리'로 성패를 맛본 경험이 작용했다.

아쿠아스토리로 손익분기점을 돌파했던 때가 있어요. 그때 기분이 지금보다 좋았어요. 그런데 곧 내리막길을 걸었죠. PC가 지고 모바일로 바뀌던 시절이에요. 2011년에, PC 게임을 다 접기로 결정했어요. 직원의 절반 가까이가 떠났죠. 지금 생각하면 정말 적절한 판단이었는데 당시엔 결정하기가 힘들었습니다.

만약 선데이토즈가 PC판 아쿠아스토리를 고집했다면 지금의 애니팡은 태어나지 못했을 수 있다. 이 대표는 잘 버릴 수 있는 밑바탕엔 '겸손'이 깔려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결과를 알 수 없는 결정을 내려야할 땐 겸손해야 해요. 주위 선배들의 말을 잘 듣고 행동했죠. 조언들 중 어떤 말을 따라야 할까 판단할 땐 '내가 무엇이 되고 싶나'보단 '무엇을 하고 싶나'를 중심에 뒀어요.

겸손은 이 대표가 벤처를 꿈꾸는 후배들에게도 하고 싶은 말이다. 여기에 '열정'과 '책임감'을 보탰다. 자기가 하는 일에 열정을 가지면 새로운 아이디어가 나온다. 결정한 일엔 책임을 지면 신뢰를 쌓는다. 이 세 단어는 이 대표의 좌우명이기도 하다.

부모님이 게임 하시는 걸 반대하셨어요. 진로를 바꾸는 대신 부모님이 좋아할 게임을 만들자고 생각했죠. 그렇게 열정을 가지고 만든게 애니팡이에요. 1분이란 시간 제한을 둔 것도, 게임 화면을 세로로 세운 것도 전철에서 게임 하는 것을 들키기 싫어하는 부모님 세대를 위한 아이디어였죠.

열정이 타고난 것이라면, 애니팡의 성공은 그에게 책임감을 가르쳤다. 2천600만 애니팡 이용자와 50여명의 직원들, 그리고 투자자들은 그의 판단 하나에 영향을 받는다. 서른셋, 아직 앳된 얼굴의 청년은 자신의 어깨에 놓인 '책임감'이 무겁지만, 받아들이기로 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