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가 회계 3분기(4~6월) 실적을 알리는 자리에서 고급 스마트폰 시장은 이미 포화 상태란 세간의 인식과 상반된 발언을 내놔 주목된다.
애플은 23일(현지시각) 매출 353억2천만달러, 주당 수익 7.47달러, 순이익 69억달러를 기록한 분기 실적을 공개했다. 증권가가 전망했던 매출 350억2천만~351억8천만달러, 주당 수익 7.31~7.34달러를 웃돈 결과였다.
쿡 CEO는 애플이 성장하기 위한 핵심 촉매는 항상 신제품과 새로운 서비스라며 공급책, 통신사 협력, 온라인 매장, 간접유통 부문에 기회가 있다고 말했다. 또 더 고급형인 스마트폰 시장이 정점(포화기)에 이르렀다는 일반적 관점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해당 발언은 단일 고급 기종 출시로 성장을 견인해온 아이폰 판매 전략이 여전히 작동할 것이냐는 의문에 대한 답처럼 들린다. 여전히 애플이 이른바 '프리미엄폰'이라 불리는 고급형 스마트폰에 주력할 것이란 인상을 주고 있어 비상한 관심을 모은다.
최근 업계는 애플이 오는 9월 신제품 공개 시점에 신흥시장 공략을 위한 저사양 단말기를 내놓을 수 있다는 루머를 여러 번 접했다. 이는 애플이 단일 기종의 고급 단말기 개발과 출시에 주력해온 전략을 수정할 시점이 됐다는 증권가 분석과 맞물려 기정사실처럼 받아들여졌다.
프리미엄 단말기를 통한 성장 견인책이 더 이상 먹히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은 애플뿐아니라 삼성전자나 LG전자, 블랙베리나 노키아 등에게도 해당하는 얘기다. 이들은 철마다 '플래그십폰'이라 불리는 고급 단말기를 선보이긴 하지만 각 지역과 특정 수요에 맞춘 세분화된 제품을 내놓는 방식을 병행했다.
애플이 오는 9월 저사양 아이폰과 더불어 경쟁사들처럼 터치스크린이 대형화된 아이폰5S 단말기를 내놓을 것이란 루머도 부품업계를 통해 흘러나오고 있다. 실제 제품 출시로 이어질 가능성은 미지수지만 애플 역시 경쟁사들처럼 단일 기종의 플래그십폰과 보급형 시장을 겨냥한 저가 단말기 병행 체제를 채택할 것인지 고민 중인 듯하다.
그러나 쿡 CEO는 제품을 훌륭하게 만드는 것에 집중하면 좋은 재무성과도 따라온다며 우리는 이런 것들을 상호배타적이라 보지 않는다고 말해, 단기 경영실적을 개선하는 관점에서 시장에 접근하지 않을 것이란 뜻을 내비쳤다. 물론 이 발언 자체는 저사양 단말기의 출시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는다. 어쩌면 스마트폰과 완전히 다른 제품을 내놓을 수도 있다.
이달초 애플은 매출 전망치를 345억달러로 낮춰 제시했다. 실제 애플 매출은 350억2천만달러를 기록했던 전년동기대비 1% 늘어난 숫자다. 증권가 분석들이 모두 고급 스마트폰 시장 포화에 따른 수익 하락, 더러는 마이너스 성장까지 예측한 상황에서 애플로서는 선방한 셈이다.
다만 1년새 순이익은 88억2천400만달러에서 69억달러로 22% 가량 떨어졌다. 매출은 약간 늘렸지만 지난해 같은 분기에 비해 이윤을 훨씬 적게 남겼단 얘기다. 줄어든 프리미엄 제품 비중과 상대적으로 커진 저가 단말기 매출에 따른 결과다. 아이폰5가 아이폰4S 이전 모델보다도 부진했단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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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계는 일찍부터 스마트폰 판매가 이뤄진 선진국 시장이 포화 단계에 이르렀고, 인도와 중국 등 새로운 수요처가 될 지역에선 고급 기종보다 저사양의 저가폰이 대세로 자리잡을 것이라 진단했다. 애플의 분기 실적에 나타나는 결과도 이를 방증하는 사례로 읽힌다.
한편 애플은 분기중 아이폰 3천120만대, 아이패드 1천460만대, 맥PC 380만대를 판매했다고 밝혔다. 이는 아이폰 2천600만대, 아이패드 1천830만대, 맥PC 390만대를 예상한 분석가들의 짐작보다 훨씬 많은 아이폰 판매와 상대적으로 미흡했던 아이패드 판매 실적을 나타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