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 혁명이 일어난지도 어느덧 6년이 흘렀다. 2007년 6월 출시된 아이폰을 시작으로 스마트폰은 우리 삶을 크게 변화 시켰다. 약간의 부작용도 없진 않지만 대체적으로 전보다 삶이 편리하고 윤택해졌으며 즐거워졌다.
최초의 아이폰은 보잘 것 없었다. 그러나 몇 차례 운영체제(OS) 업데이트와 후속 기종이 나오면서 점차 완벽함을 더해갔다. 그로부터 2년 뒤인 2009년 출시된 아이폰 3GS를 기점으로 스마트폰은 확실하게 대세로 자리매김했다. 그리고 이듬해가 돼서야 삼성전자를 비롯한 경쟁사들이 제대로 된 스마트폰을 만들어 내기 시작했다.
삼성전자가 옴니아2의 악몽을 넘어 2010년 6월에 갤럭시S를 내놓은 이래 삼성전자가 애플과 대등한 경쟁 관계에 이르기까지 불과 3년도 걸리지 않았다는 점은 상당히 놀라운 일이다. LG전자도 다소 뒤늦은 감은 있지만 절치부심 끝에 올해 초 전 세계 3위를 탈환하며 스마트폰 시장서 어엿하게 한 자리를 차지했다.
삼성전자와 LG전자 뿐만 아니라 거의 모든 휴대폰 업체와 심지어 PC기업 까지 스마트폰 시장에 뛰어들었다. 그 결과 스마트폰은 2년 약정이 지나치게 길고 지루하게 느껴질 정도로 빠르게 발전했다. 그것은 마치 전쟁과도 같았다.
전쟁이 과학 기술의 급속한 발전을 가져오는 것처럼, 스마트폰 경쟁 과정에서도 다양한 신기술이 속속 등장한다. 3G, LTE, 블루투스, 와이파이 등 각종 무선 통신 기술을 필두로 터치스크린과 같은 직관적이고 효과적인 입력 방식, 저전력 고성능 프로세서, 각종 소형 센서 등이 대표적이다.
이러한 부산물과 같은 기술들을 잘 활용해 또 다른 곳에 접목 시키면 우리 삶은 스마트폰의 등장 이상으로 윤택해질 수 있다. 미국을 포함한 해외에서는 이미 이러한 시도들이 끊임없이 이뤄지고 있으며 눈에 띄는 사례도 적잖다.
미국의 한 디자이너가 만든 스마트 도어락 ‘어거스트’는 타인의 집 출입을 간편하게 제어할 수 있다. PC나 스마트폰에 있는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초대하고 싶은 사람의 전화번호를 등록하면 자동으로 문을 열어준다. 애플 출신의 엔지니어가 독립해 개발한 자동 온도 조절 장치 ‘네스트’는 사용자의 패턴을 학습하고 각종 센서를 통해 똑똑하게 온도를 조절해 줌으로써 에너지 효율을 극대화 한다. 이밖에도 요즘 급부상하고 있는 웨어러블 기기를 비롯해 스마트폰에서 파생된 기술을 활용한 사례는 무궁무진하다.
반면 우리나라 스마트 산업을 보면 이러한 파생 기술을 활용해 새로운 혁신을 만들고자 하는 시도 보다는 그저 스마트폰 통해 어떻게 돈을 벌 수 있을 지에 대해 더 관심이 많아 보인다.
대형 제조업체들과 이동통신사들은 하루가 멀다 하고 신제품을 쏟아내며 아직 쓸만한 스마트폰 교체를 종용한다. 한편 중소기업이나 개발사들은 스마트폰 사용자를 겨냥해 돈이 될만한 신종 비즈니스나 혹은 콘텐츠 개발에만 혈안이 돼 있다. 물론 이러한 콘텐츠나 서비스도 중요하지만 우리가 지나치게 이쪽에만 매몰돼 있다는 것 아닌지 우려가 된다.
지금보다 더 좋은 스마트폰이 나온다 하더라도 우리가 얻는 만족이나 삶의 질적 향상은 그리 크지 않다. 아이폰4를 쓰다가 5를 바꾸거나 갤럭시S3를 쓰다가 S4를 구입한다고 해서 삶이 크게 편리해지거나 혹은 스마트폰을 처음 손에 쥐었을 때와 같은 만족감을 느끼지 못한다. 아무리 얇고 가볍고 배터리가 오래가더라도, 심지어 롤러코스터를 한번 탈 동안 영화를 세 편이나 다운 받을 수 있다고 해도 마찬가지다.
국내 대기업이 스마트폰을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이 만들어 판다고 해서 우리나라가 스마트 강국이 되는 것은 결코 아니다. 소비자가 한 달에 스마트폰에 수 십 만원을 쓴다고 해서 되는 것도 아니다. 진짜 스마트 강국이 되기 위해서는 좀 더 사고를 확장해 휴대전화 뿐 아니라 각종 분야에서 우리 삶을 변화시킬 수 있는 제품 개발에 노력하고, 이러한 혁신을 미국이나 일본이 아닌 우리가 스스로 주도해 나가야 진짜 스마트 강국에 가까워진다.
이러한 임무를 굳이 대기업에게 기대하거나 맡길 필요는 전혀 없다. 국내에도 미국 벤처기업보다 더 많은 자금력과 좋은 기술을 가진 많은 중소 기업이 적잖다. 정부는 이들에게 방향성을 제시하고 몇 번의 실패를 포용할 수 있는 토양을 만들어 주는 것이 필요하다. 다소 유치하게 들리는 미래창조과학부 명칭 그대로 윤택한 미래의 삶을 창조하기 위해 과학 기술을 적극 활용할 수 있는 여건 마련과 올바른 방향 제시가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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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신 할 것인가, 혁신 당할 것인가”
선택은 여전히 늦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