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현지에서도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MS) 창업자의 ‘한 손 악수’가 부적절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24일 워싱턴포스트(WP) 인터넷판은 지난 22일 박근혜 대통령과 만난 빌 게이츠 회장의 악수 사진을 소개하며 “국제적인 예의를 숙지했어야 했다”는 게리 위버 아메리칸대학교 다문화경영연구소 교수의 지적을 인용, 보도했다.
WP는 한국 소셜네트워크를 통해 빌 게이츠의 악수 모습이 많은 비판을 받았다며, 한국에서 한 손을 주머니에 넣고 있는 것은 무엇인가를 숨기고 있음을 뜻한다고 설명했다. 또 세계 최고 부자의 무례한 모습이라는 비난을 받았다고 전했다.
게리 위버 교수는 “물론 빌 게이츠에게 그러한 의도는 없었을 것”이라며 “이는 마치 왼손을 화장실에서만 쓰는 중동 지역에서 왼손으로 누군가에게 뭔가를 건네준 것과 똑같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또 당시 상황에서 가장 정중한 행동은 두 손 악수였다는 지적을 덧붙였다.
WP는 이는 마치 미국의 오케이 사인(엄지와 검지를 맞닿게 해 원을 만드는 사인)이 브라질에서는 가운데 손가락 욕(fuck you)과 똑같은 것과 마찬가지라고 설명했다. 모든 문화적 에티켓을 배우기 힘들다면 꼭 해야 할 것과 하지 말아야할 것만이라도 숙지했어야 했다는 얘기다.
이러한 문화적 에티켓 차이는 비즈니스 환경에서도 미묘하게 작용한다는 설명도 내놨다. 신시아 네랑지스 시카고 레몬라임컨설팅 대표는 “덴버의 한 회사 대표가 왜 자신이 파리로 가 점심식사를 하며 대화를 해야 하는지 물어온 적이 있었다”며 “이유는 식사와 대화를 신뢰의 상징으로 여기는 현지 문화 특성상 당연히 가지 않으면 비즈니스를 할 수 없기 때문”이라고 꼬집었다.
다만 위버 교수는 게이츠 회장의 실수가 치명적인 것은 아니라고 강조했다.
그는 지난 1995년 빌 리처드슨 전 뉴멕시코 주지사가 사담 후세인과 협상하러 간 자리에서 다리를 꼬고 발끝을 후세인의 얼굴 쪽으로 향하게 했던 일을 예로 들었다. 당시 후세인은 회담장을 박차고 나갔다가 간신히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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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빌 클린턴 전 대통령 역시 지난 2004년 쓰나미를 겪은 태국을 방문해 아이들의 머리를 쓰다듬는 실수를 저질렀다고 지적했다. 태국에서는 머리를 신성한 것으로 여겨 함부로 만지지 않는다는 얘기다.
줄리아 가스파-베이츠 다문화연합 소장은 “미국인들은 이제 어떤 것을 하면 안 되는지 아는 것을 넘어서 왜 그렇게 해야 하는지 이해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