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년에 잘 나가던’ 일본 게임 기업들이 실적 부진으로 끙끙 앓고 있다.
‘플레이스테이션’(PS)으로 비디오 게임 시장을 이끌었던 소니와, 닌텐도 DS로 제2의 전성기를 맞았던 닌텐도의 옛 영광이 그늘에 가려진 모습이다.
급격히 변화한 게임 시장에 능동적으로 대처하지 못한 이유 때문으로 풀이된다.
소니는 8분기 연속 적자로 일본과 미국의 본사 건물을 매각했으며, 지난해 창사이례 30년 만에 적자라는 충격적인 발표를 한 닌텐도는 2년 연속 적자를 이어갈 전망이다.
26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소니는 지난 달 도쿄 시내의 한 사옥을 매각했다. 이 건물에는 소니의 TV 및 오디오 사업부 임직원 5천여 명이 근무 중이었으며, 소니는 이곳을 1천111억엔(한화 1조3천억원)에 매각한 뒤 향후 5년 간 임차해 사용하기로 했다.
또 이 회사는 미국 뉴욕 맨해튼에 있는 53층짜리 본사 건물도 11억 달러(1조2천200억원에 매각하는 등 실적 부진 만회를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이처럼 세계 최고 가전 기업이었던 소니의 가세가 기울어진 이유는 주력 사업인 TV부문에서 삼성전자와 LG전자 등에 밀리며 8분기 연속 적자를 기록했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인력 감축과 비핵심자산 매각을 추진 중이며, 이 달 초에는 일본 최대 모바일 게임업체인 디엔에이 주식 1천770만 달러치를 팔기도 했다.
이 같은 소니의 적자 원인에는 자회사인 소니컴퓨터엔터테인먼트(SCE)의 실적 부진도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2010년 출시된 ‘PSP 고’에 이어 지난해 국내에 출시된 ‘PS 비타’ 등 휴대형 게임기의 판매 부진이 SCE의 발목을 계속 붙잡았기 때문이다.
SCE는 가격 인하 등의 정책으로 판매량을 늘리기 위해 노력했지만 판매 실적은 기대 이하였던 것으로 업계는 추정하고 있다. SCE가 지난 달 초 이번 회계연도 PSP와 PS 비타 판매 목표치를 기존 1천만대에서 700만대로 낮춘 사실만 봐도 이 같은 분위기는 알 수 있다.
SCE는 지난 달 PS 비타의 일본 내 가격을 30% 이상 인하한 바 있다.
닌텐도 역시 어려운 건 마찬가지다. 지난 2007년 11월 닌텐도의 주가는 7만3천200엔을 기록해 상장 이래 최고치를 달성, 시가 총액 10조엔을 돌파하기도 했지만 그 이후 내리막길을 걸었다. 닌텐도의 현재 시가총액은 약 1조2천억엔. 5년 사이 거의 90%에 달하는 금액이 날아간 셈이다.
닌텐도 측에 따르면 이 회사의 3월기 연결 영업 이익은 기존 예상치 200억엔 흑자에서, 200억엔 적자가 될 전망이다. 같은 기간 매출 예상치도 기존 8천100억엔에서 1천400억엔 줄인 6천700억엔으로 수정했다. 특히 닌텐도는 2011년에 이어 2012년에도 영업적자를 이어갈 예정이다.
2004년 닌텐도 DS, 2006년 위(Wii)와 닌텐도 DSL로 제2의 전성기를 맞았던 닌텐도가 이처럼 어려움을 겪게 된 이유는 2011년 출시된 닌텐도3DS와 작년 말 미국과 일본 등에 출시된 위유의 판매 실적이 연달아 부진했기 때문이다.
지난해 11월 북미에서 첫 출시된 위 유는 6인치 터치패널식 액정 화면이 있는 컨트롤러가 도입돼 눈길을 끌었다. 스마트폰 소셜 게임 등장으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던 닌텐도가 기사회생 방법으로 투입한 것이 바로 위 유였던 것.
하지만 결과는 예상치를 밑돌았다. 이 회사는 3월 말까지 위 유의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판매량을 각각 550만대, 2천400만개로 예상했지만 결국 각각 400만대, 1천600만개로 목표치를 수정했다. 작년 12월 말까지 위 유 하드웨어는 306만대, 소프트웨어는 1천169만개 판매된 것으로 집계됐다.
이 같은 위 유의 판매 부진은 외신을 통해서도 확인된다. 영국 등 지역의 상당수 소매점들이 위 유의 가격을 자체적으로 인하해 판매하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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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닌텐도는 지난해 10월 3DS의 판매 전망도 인하했다. 당시 이 회사는 하드웨어 판매 예상치는 1천759만대에서 1천500만대로, 소프트웨어 7천만개를 5천만개로 크게 줄이기도 했다.
게임업계 관계자는 “소니는 구조조정 일환으로 중년 사원들을 모아 영어 회화 학습이나 비즈니스 서적을 읽도록 하는 등 사내 분위기가 침체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면서 “닌텐도는 위 유뿐 아니라 위 미니 등 새로운 기종을 출시하며 불황을 이겨내 보려 하고 있지만 시장 반응이 예전만 못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