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CE연합은 돈 먹는 하마였다?

일반입력 :2011/08/09 07:57    수정: 2011/08/09 16:14

지난 2009년 시스코시스템즈, EMC, VM웨어가 공동출자해 설립한 VCE연합이 사업 2년째 중대기로에 놓였다. 수익은 내지 못한 채 투자비용만 들이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8일(현지시간) 외신에 따르면, EMC가 2011년 2분기 실적에서 그동안 VCE연합으로 1억3천200만 달러의 손해를 입은 것으로 알려졌다. EMC는 VCE연합의 58% 지분을 보유했다.

VCE연합은 2009년 3사가 공동출자한 합작법인으로 시스코의 UCS서버, 넥서스 스위치와 EMC스토리지, VM웨어 가상화 솔루션을 묶어 패키지로 공급하는 V블록을 판매해왔다. EMC는 최대주주로서 사업을 주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EMC는 지난 2년간 합작법인 설립과 제품개발, 주식투자 등으로 1억7천350만 달러를 투자했다. 마이클 카펠라스 VCE 총경영책임자(CEO) 등 VCE연합 임원진의 주식투자액 7천800만달러를 더하면 2억달러를 넘는다.

EMC는 지난 2분기 VCE연합으로 4천660만달러의 손실을 기록했다. 이는 전분기 4천190만달러보다 증가한 수치다.

VCE연합은 출범 당시 시스코, EMC, VM웨어 등 각 IT분야의 업계 선두권 간의 연합으로 관심을 모았다. 이 법인은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밀접하게 결합하고, 사전 구성완료 상태로 공급함으로써 고객의 인프라 구축 시간을 단축한다는 개념으로 V블록을 내놨다.

하지만 VCE연합의 사업은 생각보다 더딘 성장을 보이고 있다. V블록의 경우 65개 대형 고객사를 보유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지만, 사업 전반에 대한 자세한 내막은 확실히 공개되지 않고 있다.

국내는 판매에 대한 소식도 드물다. 국내 모벤처기업이 V블록을 소량 도입하고 POC, BMT를 다수 진행하긴 했지만, 대규모 공급사례는 공개되지 않았다. VCE연합이 해외에서 별도법인으로 사업과 고객지원업무를 총괄하는 반면, 국내는 법인없이 EMC나 시스코가 각각 V블록을 판매할 뿐 아니라, 문제 발생시 책임도 불분명하다.

V블록과 같은 통합 패키지 판매부진의 원인은 두가지로 추측된다.

일단, 기업IT 구매담당자의 인식이다. 국내 기업 IT부서는 서버, 스토리지, 네트워크, SW 등을 각각 별도로 구매하는 게 일반적이다. 이후 IT서비스업체나 공급업체들이 협력해 전체 인프라를 구성하게 된다. 고객 자신들의 제어력을 유지하려는 심리가 여전하다. 또한, 구축 과정에서 자신들의 기호에 맞춰야 한다는 인식도 강하다.

가격경쟁도 한 요인이다. 기업들은 IT업체간 경쟁을 통해 구매가격을 낮추는 방법을 사용한다. 모든 구성요소를 사전조립해 테스트까지 완벽히 끝내 공급하는 통합패키지는 편의성에도 불구하고, 업체간 가격경쟁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비싸다는 평가를 피하기 어렵다.

현재 VCE 외에 대형 IT 하드웨어업체들도 하드웨어와 SW를 통합해 공급하는 전략을 사용하고 있다. HP, 오라클, 델, IBM 모두 V블록과 유사한 콘셉트의 제품을 갖고 있다. 그러나 한국 시장에서 통합 패키지 제품을 구매했다는 소식은 알려진 바 없다.

V블록과 유사한 V스타트를 내놓은 델의 한국지사 관계자는 “V스타트는 국내 수요가 거의 없다고 판단된다”라며 “시장수요가 생긴다는 판단이 없고, 통합 패키지에 대한 인식도 불투명해 국내에 출시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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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IT업체 관계자는 컨버지드인프라를 강조하는 HP도 한국에서 통합인프라를 모두 구축한 사례는 드물다라며 한 업체의 솔루션의 경우 구성요소별 제품 등급 조정을 통해 고객의 예산에 맞출 수 있는데, 분리발주가 유지되는 한 이도 실효성을 얻기 어렵다고 밝혔다.

세계 시장의 경쟁심화는 통합패키지 상품을 더 힘들게 할 것으로 전망된다. 서버, 스토리지, 가상화 SW업체들이 V블록과 같은 개념의 제품 들이 제한된 시장에서 경쟁하는 탓이다. 또한, IT지출비용을 절감하려는 기업들의 움직임 속에서 하이엔드 제품만 골라 모은 시스코, EMC, VM웨어의 결합이 얼마나 효용가치를 인정 받을 것인지 미지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