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의 한계에 도전한다

[창간 10주년 기획-2010 디지털 파이오니아 30人]

일반입력 :2010/05/28 08:48

황치규 봉성창 김우용 기자 delight@zdnet.co.kr

벤처 거품이 사라진 뒤 살아남은 국내 IT업체들의 공통점중 하나는 연구개발(R&D)에 대한 투자를 게을리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무늬만 벤처는 사라졌지만 기술로 중무장한 기업들은 위기를 버텨냈고 도약의 발판도 마련했다. 경쟁이 점점 치열해지는 만큼, 앞으로 기술의 전략적 가치는 더욱 중요해질 것이다. 쉬운 일은 아닌 기술 개발의 현장을 누비는 이들을 주목했다.

국산 DBMS 세계화에 도전, 김성진 알티베이스 이사

김성진 알티베이스 이사는 알티베이스에 새로운 날개를 달아줄 알티베이스 데이터 인티그레이션(ADI), 알티베이스 데이터 스트리밍(ADS) 제품 개발을 주도한 인물이다. 오라클처럼 해선 오라클을 넘어설 수 없다며 야심차게 내놓은 이들 제품의 개발 과정에 김 이사가 있었다.

지난해 알티베이스는 이들 두 업체를 인메모리 데이터베이스(IMDB) 업체에서 한단계 올려줄 신무기라고 발표했다. ADI는 실시간 데이터 통합, ADS는 실시간 데이터 처리에 초점을 맞춘 제품들이다.

그동안 알티베이스는 인메모리 분야 DBMS 업체로 꾸준한 성장을 해왔다. 점유율은 다소 떨어지지만 한국오라클, 한국IBM에 대항해 거론되는 국산 대항마였다. 하지만 지난해 ADI, ADS를 내놓기 전까지만 해도 알티베이스는 국산 업체치곤 잘 나가는 DBMS업체 정도였다.

IMDB가 기존 디스크 기반 DBMS와 속도면에서 차별화돼 점유율을 꽤 올려놨다고는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DBMS였기 때문이다. 이후 내놓은 후속작인 하이브리드 DBMS도 디스크 기반 DBMS과 IMDB의 장점을 합쳐놓은 DBMS일 뿐이었다.

이에 반해 ADI, ADS는 알티베이스가 오라클과 차별화를 시도한 첫 제품이다. ADI는 오라클, 알티베이스 제품 간 실시간 데이터 통합 기능을 구현했으며 ADS는 통상 데이터 저장, 처리의 순서를 처리, 저장으로 바꿔 빠른 정보 제공을 가능하도록 했다.

이를 위해 김 이사가 주도한 개발팀은 2년간 연구 개발을 통해 경쟁사인 오라클 DBMS 로그 분석을 진행하기도 했다.

ADI, ADS 모두 아직은 경쟁사도 몇 없는 새로운 개념의 제품이다. 특히 ADS의 경우는 개념이 새로워 얼핏 들어선 이해도 잘 되지 않고 시장 규모가 얼마나 될지 파악하기도 힘들다. 그러나 알티베이스가 계획대로만 된다면 분명 그들의 야심찬 포부처럼 오라클과의 차별화를 가능케 해줄 제품이기도 하다.

김 이사의 개발팀과 알티베이스가 ADI, ADS로 10년 내 국내 기업용 데이터 솔루션 시장에서 한 단계 도약할 수 있는지 주목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아카마이와 한판 승부, 배권한 씨디네트웍스 대리

배권한 대리는 경력 10년 차의 베테랑 개발자다. 비록 직급은 대리지만 세계 3대 CDN 업체인 씨디네트웍스가 자랑하는 핵심 인재다. 세계 랭킹 1위인 아카마이를 추격할 핵심 기술 개발을 주도하고 있다.

배권한 대리가 맡은 주요 업무는 크게 세 가지 프로젝트로 요약된다. 첫째 MINHEE로 고가용성, 고기능성 및 능동적인 서비스를 위해 설치, 운영 및 모니터링을 통합한 서비스 서포트 플랫폼을 개발하는 것이다.

또한 DDoS 가드 프로젝트는 웹 서비스 및 미디어 스트리밍에 대한 안티 DDoS 서비스로 현재는 게임이나 금융권에 대한 서비스를 기획 중이다.

마지막으로 능동적으로 트래픽을 우회함으로써 네트워크 환경이 열악한 해외 CDN 서비스 품질을 향상하기 위한 슈가 라우팅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배 대리는 15년차 리눅스 전문가다. 국내 대표적인 리눅스 커뮤니티인 ‘KLDP.org’ 에서 10년 가량 활동하며 운영진으로서 IT 정보 나눔에도 앞장서고 있다. 원래 KLDP는 LDP의 한글 문서 작업 공간으로 자원봉사자들의 활동을 통해 리눅스 및 프리 소프트웨어, 오픈소스 전반에 걸친 문서화 작업에서 많은 성과를 만들어냈다.

그는 이곳에서 테크니컬 스텝으로서 관리 자원 활동을 하고 있다. 이 커뮤니티에서는 현재 문서화뿐만 아니라 커뮤니티, 개발자 공간, 프로젝트 호스팅 등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다. 때문에 배 대리가 꿈꾸는 IT의 미래 역시 국경을 초월한 이용자 친화적인 환경이다.

“아이폰, 아이패드의 출연으로 점차 더 많은 미디어와 서비스들이 생활에 밀착되고 있고 개발자들의 권익이 향상됨에 따라 더 참신하고 쓰기 쉬운 애플리케이션들이 나오고 있습니다. 경쟁은 가속화되고 있지만 그에 따른 반대급부로 더 많은 사용자들이 IT를 친밀하게 느끼고 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합니다.”

글로벌 오픈소스 개발자를 향해!, 레드햇 이희승 엔지니어

오픈소스 소프트웨어는 더 이상 어색하지 않은 용어가 됐지만 아직도 한국은 오픈소스 사용 국가로 분류된다. 오픈소스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개발자들은 많지 않다. 가져다 쓰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런 가운데, 레드햇의 이희승 ‘프린서펄(Principal)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는 다양한 오픈소스 프로젝트에 적극 참여하고 있어 주목된다. 그는 국내에서 쉽게 볼 수 없는 전업 오픈소스 개발자이기도 하다. 2003년부터 자바 기반 고성능 네트워크 애플리케이션 및 경량 미들웨어를 지속적으로 개발해왔다.

그가 창시한 오픈소스 프로젝트 중 잘 알려진 것으로는 Netty (http://www.jboss.org/netty/), Apache MINA (http://mina.apache.org/), 그리고 APIviz (http://code.google.com/p/apiviz/) 등이 있다.

그는 오픈소스 웹서버를 제공하는 아파치 소프트웨어 재단 멤버 및 MINA 프로젝트 중 프로젝트 관리 위원회(PMC) 의장으로도 활동했다. 지금은 레드햇에서 오픈소스 미들웨어인 제이보스의 프린서펄 SW엔지니어로 네티(Netty)와 리모우팅(Remoting) 프로젝트를 담당하고 있다.

이희승씨는 한국이 IT강국이 되려면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오픈소스 개발자들을 육성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는 정부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국내 오픈소스 SW산업은 관심도에 비해 경쟁력이나 시장 규모 면에서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면서 오픈소스 SW 산업이 발전하려면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개발자 육성 및 지원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또 개방과 공유가 시대정신으로 떠오른 현재, 자유로운 의견 교환과 다양한 업체들과의 협업을 통해 개발된 오픈소스 소프트웨어 애플리케이션 및 시스템 소프트웨어가 어떠한 운영체제,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상에서도 안전하게 구동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터치넘어 3D 개발 주목하라, 박종철 팬택 선임연구원

팬택 박종철 선임 연구원은 스카이 모델 부문 하드웨어 엔지니어다. 퀄컴 MSM, 터치, 메모리, 오디오 기기, 카메라 등 전반적인 하드웨어 개발 실무를 담당한다.

팬택의 휴대폰 사업 최선전에 그가 있다.

2005년부터는 스카이 모델에 적용되는 LCD 및 터치 윈도 개발에 주력해왔다. 지금도 해당 분야 개발 파트장을 맡아 앞서가는 사양 개발에 적극적이다.

그는 2008년 글래시 서브스트레이트 방식의 감압식(저항막) 터치 윈도를 최초로 개발했고 2005년에는 모바일용 광시야각 TFT LCD 패널 개발도 주도했다.

박종철 연구원은 앞으로 시장을 선도할 수 있는 모바일용 LCD와 터치 개발에 주력할 계획이다. 쓰리축 터치 윈도 개발도 예고했다. 3D 모바일 디스플레이어와 차세대 입력 디바이스 개발까지 노리고 있다.

■해커에서 보안 업체 CEO로 - 홍민표 쉬프트웍스 대표

세상만사는 양면성을 지니고 있다. IT 세상 역시 마찬가지다. 지난해 사이버 테러라고까지 불리며 화두에 올랐던 디도스(DDoS) 공격 역시 IT가 가져다주는 어두운 면 중 하나다.

디도스 공격이 우리나라를 강타한 7. 7 사이버테러 당시 홍민표 쉬프트웍스 대표는 언론으로부터 집중 취재대상으로 떠올랐다. 그도 그럴 것이 북한의 소행이라는 국가정보원의 발표를 뒤집고 최초로 악성코드의 진원지가 미국에 위치한다는 것을 밝혀냈기 때문이다. 결국 국정원은 입장을 번복해야 했다.

세계 3대 해커로 불리는 그는 지난 1998년 ‘와우해커’라는 해커 그룹을 창설했다. 보안과 관련된 선진기술을 공유하기 위해서다.

이후 와우해커는 국제 해킹대회를 비롯해 활발한 활동으로 보안업계의 주목을 받았다. 세계적인 해킹 대회인 코드게이트2009에서 그가 속한 와우해커가 우승을 차지한 것 역시 그의 이름을 알리는 계기가 됐다.

와우해커가 모태가 돼 생겨난 보안업체 쉬프트웍스는 여전히 기업이라기 보다는 전문가 집단의 성격이 강하다. 영리를 추구하지만 큰 돈을 벌기 위한 수단으로 운영되지 않기 때문이다.

최근 그가 주목하고 있는 분야는 스마트폰 보안기술이다. 벌써 안드로이드 운영체제(OS)를 채택한 국산 스마트폰에서 수십개의 악성코드를 발견해 경고에 나섰다.

또한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 속 모바링 광고가 사용자가 알지 못하는 트래픽을 발생시켜, 추가 요금이 나올 수 있다는 내용의 자체 조사결과를 발표해 눈길을 끌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