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스마트TV에 내가 나왔으면...

일반입력 :2010/04/14 17:46

옥상훈

어린 시절 즐겨 불렀던 동요중에 '텔레비전(TV)에 내가 나왔으면…'이란 노래가 있다. TV가 발명된지 40여년이 지났지만 자신이 TV에 한 번 나오는 것은 보통 사람에겐 아직도 꿈만 같은 일이다. TV는 흑백TV에서 출발해 컬러TV, 평면TV, LCD 그리고 3D TV로 부지런히 하드웨어적 스펙을 올리는 동안 TV를 보는 '보통 사람의 꿈'은 묻혀져 왔다.

일반인이 TV방송에 출연하는 것은 어렵겠지만, 내 사진을 TV로 전송하여 배경화면으로 설정하거나 아이들이 TV 앞에서 춤추고 노래하면 TV에 장착된 카메라를 통해 녹화되어 재생할 수 있다면…그리고 인터넷으로 네트워킹되어 이웃집 TV에서도 내 모습을 볼수 있다면 텔레비전에 나오는 꿈이 현실처럼 보일 것이다.

스마트폰에서 그런 작업은 버튼 몇번 누르면 간단히 되는 일인데 TV는 아직 꿈 같은 일이다. 그리고 TV 기술은 그런 역량을 발휘할 만큼 충분히 발전해왔지만 TV가 지난 세월동안 이어져온 불편한 경험은 혁신하지 못했다.

TV는 아직도 바보상자

스마트폰이 음성통신 수단이었던 전화의 틀을 깰 수 있었던 것은 하드웨어의 발달도 있었지만 소프트웨어적인 상상력의 힘이 더 크다. 애플 아이폰의 경우 하드웨어적 스펙을 보면 최신 여타 스마트폰에 비해 떨어짐에도 불구하고 긱(Geek)들의 기발한 아이디어가 결합되어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

반면 TV는 '화질 경쟁'을 해오면서 사용자의 불편한 경험은 계승되어 오고 있다. 그러한 경험이 수십년에 걸쳐 지속되어왔기에 사용자들은 무의식적으로 관대하게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일 뿐이다. TV에서의 거추장스럽고 불편한 사용자 경험들을 요약하자면 다음과 같다.

1) 무겁다. 그래서 늘 한 자리에 고정되어 있다.

2) 난잡하다. 뒷면은 복잡한 전선과 케이블이 난무한다.

3) 복잡하다. 채널, 볼륨조절을 제외한 작업들은 복잡한 리모콘 조작이 필요하다.

4) 귀찮다. 게임기, DVD, 컴퓨터, 디지털카메라 같은 장비와 연결하려면 기사나 아빠를 불러야한다.

5) 찾기힘들다. 원하는 컨텐츠를 찾기 위해 채널을 검색하는데 많은 시간이 소요된다.

스마트TV=근거리 이동성, 무선, 무학습, 장치연결성, 검색효율성

TV가 스마트해지려면 하드웨어적 혁신과 개념있는 소프트웨어 탑재가 필요하다. 하드웨어적 혁신은 기존의 불편한 경험을 완전히 뜯어 고치라는 의미며, 개념있는 소프트웨어는 '유저 컨텍스트'를 이해하고 불편함 없이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는 TV플랫폼을 의미한다. TV가 품어왔던 불편한 경험을 기반으로 스마트TV의 특징들을 정의해보면 다음과 같다.

1) 얇고 가벼운 TV (근거리 이동성)

TV를 들고다닐 정도로 가볍게 만들라는 얘기가 아니다. 적어도 근거리 이동이 자유로운 TV여야 한다는 것이다. 사용자는 주로 거실에서 TV를 보지만 식탁에서 침실에서도 보고 싶어한다는 것이다. 근거리 이동이 용이하려면 거추장스러운 선도 없어져야 할 것이다.

2) 선이 없는 TV (무선)

전선, 케이블 처럼 난잡한 것들이 사라진 TV의 아름다운 뒷모습은 얼마나 아름다울까? 선이 사라지면 이동도 자유로와지고, 액자처럼 벽을 아름답게 장식할 수 있다. 액자처럼 쓴다면 TV 화면 대신에 자기가 좋아하는 예술 작품을 보여줄 수도 있다. 아침이면 숲속의 풍경과 함께 새소리를 들려주며 상쾌한 아침을 맞게 할 수도 있다. 물론 날씨 정보에 따라 숲속의 풍경도 바뀌면 금상첨화일 것이다.

3) 학습할 필요없이 조작 가능한 TV (무학습)

채널, 볼륨 조작외에 알람설정, 예약설정 등은 상당히 복잡한 조작으로 인해 잘 사용되지 못하고 있다. TV와 함께 기상하고 TV와 함께 잠들고 싶지만 그런 복잡한 기능조작으로 TV는 따로 잠들고 있다. 이를테면 스마트폰에서 알람을 설정하면 TV와 동기화되도록 하면 TV알람의 활용도가 높아질 것이다.

4) 다른 장비와의 연결이 자연스러운 TV (장치연결성)

이것은 선이없는 TV의 확장 개념이다. 스마트폰에서 블루투스처럼 TV도 주변 디바이스를 인식해서 커뮤니케이션되는 것을 의미한다. 예를 들면 내 핸드폰이나 디지털카메라에서 찍은 사진을 TV가 인식해서 TV의 배경화면으로 설정하고 앨범에 저장해주거나 컴퓨터 화면을 TV로 연결해서 영화를 보거나 PT를 할 수 있는 기능이다.

5) 원하는 것을 빨리 찾아주는 TV (검색효율성)

사람들은 TV를 켜면 원하는 채널을 찾는 것부터 시작한다. 일반방송채널 몇 개면 검색이 힘들지 않지만 100개 이상 넘어가면 채널검색의 시간이 많이 걸린다. 정직하게 채널을 돌릴 때 마다 실시간으로 전파를 받아 보여주지 않고 소프트웨어적으로 처리하면 화면캐쉬나 필터링을 이용해서 빠르게 검색할 수 있는 인터페이스를 구현할 수 있을 것이다. VOD도 마찬가지로 컨텐츠 검색의 효율성은 매우 필요하다.

리모콘 2.0

TV에서 검색효율성이나 무학습 조작을 가능하게 하려면 리모콘의 혁신도 필요하다. 리모콘의 버튼방식의 선택은 상하좌우 방향으로 고정되어 있기 때문에 대각선에 있거나 원거리에 있는 아이템을 빠르게 이동하기에는 부족하다.

그리고 많은 수의 채널을 빠르게 이동하려면 채널수 만큼 버튼을 눌러야한다는 점도 불편하다. 이런 점들을 개선하는 방법으로는 닌텐도WII의 리모콘처럼 위치센서 기반으로 하여 아이템의 자유로운 선택을 가능하게 하거나, 스크롤휠 같은 기능으로 빠르게 움직여 채널을 선택할 수 있도록 하는 방법도 있을 것이다. 또는 스마트폰의 앱을 활용하여 소프트웨어적으로 제어할 수도 있을 것이다.

꿈을 보여주는 TV

꿈은 '매슬로우의 욕구 이론'에 따르면 최고의 레벨에 해당한다. 따라서 TV 뿐만 아니라 어떤 제품나 서비스가 '사람의 꿈'을 보여준다는 것은 최고 레벨의 사용자 경험(UX, User eXperience)를 선사하는 것이다. 나온지 얼마 안된 미숙한 기술들은 '꿈의 실현'보다는 '기능 구현' 중심에 맞춰져 왔기 때문에 사용자 욕구 충족의 레벨은 하위레벨이다. 하지만 기술이 점점 발달할수록 사용자의 요구 수준은 매슬로우의 상위 욕구단계로 진입해 나간다.

필자가 지적한 내용들은 TV제조사에서 이미 구현하고 있다는 것으로 안다. TV시장은 국내 제조사가 전세계 시장을 석권하고 있어 한국이 유리한 고지에 있다. 하지만 애플의 아이폰이나 아이패드처럼 신선한 경험을 주는 TV가 나오지 않는다는 보장은 없다. 애플이 스마트폰에서 그랬던 것처럼 하드웨어만으로 승부하지 말고 소프트웨어적 상상력으로 승부하는 쪽이 이길것이다. 꿈의 TV의 의미에 대해서 다시 한번 돌아보자. 3D가 답은 아니다.

[필자 소개]

97년에  한양대 생물학과를 졸업하고 자바개발자로 IT 무림에 입문한 12년 차 IT 맨으로, 자바크래프트닷넷, 자바스터디 운영자로 활동했으며 한국 자바개발자 협의회 (JCO, JavaCommunity.Org)의 회장을 역임했다. 현재는 한국 소프트웨어 아키텍트 연합의 공동 의장을 맡고 있으며, 매크로미디어 컨설턴트를 거쳐 한국어도비 시스템즈에서 RIA 아키텍트를 맡았었다. UX, RIA기술 분야에 컬럼, 세미나, 컨설팅을 하고 있으며 twitter.com/okgosu를 사용하고 있다.

*본 칼럼 내용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