엠브레인 대표가 말하는 인터넷 시장조사의 세계

일반입력 :2010/02/18 10:29    수정: 2010/02/18 19:01

류준영 기자

마케팅리서치회사라면 어련히 귓전을 때리는 콜 센터의 요란한 전화벨 소리를 떠올리게 마련이다. 하지만 정반대의 풍경도 있다. 이메일 등 다양한 온라인 툴을 동원하는 경우다. 엠브레인(대표 최인수)도 그중 하나다.

금융이나 패션, IT 등 조사항목에 따른 리서치 온라인 패널을 그룹 별로 갖춰 놓고, 여기에 쏟아 붓는 한해 고정비만 전체 35% 수준에 달하는 회사.

인터넷리서치회사라면 생소하게 느껴질 사람들도 있겠으나 간판에 ‘글로벌’이란 단어가 붙는 미국이나 일본 리서치회사면 대부분 이런 시스템을 앞다퉈 갖출 정도로 요즘 인기란다.

'신속성'과 '비용절감'이란 달콤한 조건을 클라이언트에게 제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오는 6월 지방선거와 남아공월드컵 등 여러 개의 빅이슈를 앞둔 한국시장은 적잖은 수요가 점쳐지고 있다.

하지만 한국시장에선 ‘인터넷’이란 이유로 온라인리서치기관을 아류(亞流) 정도로 깎아 내리기 일쑤다. 왜? 최인수 대표는 이에 뼈 있는 쓴소리를 던진다. ‘너희가 인터넷리서치를 아느냐’

인터넷조사와 신뢰도

기자와 만난 최대표는 15년 시간을 거슬러 오른다. 회사 설립 후 첫 입찰 때를 회상했다. 이동통신회사의 통신품질측정조사가 걸린 대형 빅딜. 여기서 당당하게 인터넷리서치를 꺼내든 최대표는 첫 실패와 좌절을 맛봐야 했다. 해당 이동통신사가 깔아놓은 인터넷 라인을 이용해 설문조사를 진행하겠다는 것인데 “신뢰하기 힘들다”라며 퇴짜를 맞았단다.

그는 낮은 톤으로 혼잣말했다 너희가 만든 것을 못믿어. 흥!

행운의 여신은 그러나 그를 향해 웃음을 지어 보였다.

개개인 별로 30분 가량의 전화설문을 진행하겠다던 모 글로벌리서치회사가 프로젝트를 원활하게 수행하지 못했어요. 엠브레인에게 다시 한번 기회가 찾아 든 셈이죠

엠브레인은 이 프로젝트를 수행하기 위해 강원도 시·군, 10대부터 50대까지 각 연령 별로, 또 분기별 1만4천400명의 모집단 조사를 실시해 해당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완수했다. 그룹별 리서치조사에 대한 그들의 노하우(Know-HOW)는 이때부터 엠브레인을 수식하는 대표 명사가 됐다.

엠브레인이 인터넷시장조사를 통해 벌어들이는 매출은 전체의 60% 가량 된다. 다른 기관들이 20~30% 정도임을 감안할 때 비중이 꽤 큰 편이란 게 회사 측의 설명.

최대표에 따르면 온라인리서치를 통해 시장조사를 운영할 경우 비용절감효과는 기존 전화 및 대면조사보다 40% 정도 저렴한 편이다.

하지만 인터넷설문조사에 관심을 갖는 클라이언트 반응은, 열의 아홉이 ‘글쎄’이다. 견적을 받아 든 마케터들의 반응은 “싸다고 하던 데”라며 머리를 긁적이게 된다.

또 2005년부터 본격 성장세를 보인 인터넷리서치는 여태껏 그 조사자료에 대한 100% 신뢰를 얻지 못하고 있는 분위기다. 전 세계 시장에서 기업마케팅리서치의 약 20%가 인터넷을 기반으로 이뤄진다면 한국은 고작 12% 정도 남짓하다는 게 방증이다.

“마치 국내기업들은 ‘오프라인=진실’이란 방정식을 품고 있는 듯 해요”

설문조사 도구로만 따져 보면 온라인이 훨씬 더 유리한 조사 툴이 될 수 있다고 최대표는 목소리를 높였다.

온라인에선 답변자가 왜곡된 답변을 하는지를 실시간으로 가려낼 수 있는 일종의 알고리즘이 지원되어 더욱 객관적인 조사가 가능하다. 반면 오프라인은 면접 담당자가 모든 것을 판단해야 하므로 현실적으로 가려내기가 불가능하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전 세계 최고의 인터넷 인프라를 갖춘 한국시장에서 아직까지 클라이언트들은 오프라인 조사를 선호한다는 것이 아이러니하죠

최대표는 이에 대해 ‘관성과 관행’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관성과 관행

“해오던 오프라인 조사방법을 온라인으로 변경할 경우 방법의 차이 때문에 지수가 약간 바뀔 수 있고, 경험해 보지 못한 것을 선택할 정도로 가격매리트가 큰 편은 아니죠” 때문에 국내 클라이언트들은 조사 샘플사이즈를 줄이면서까지 전통 방식을 고집하는 경향이 짙단다.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한국 인터넷리서치 툴의 정확도는 세계 여느 기관과 맞붙어도 손색이 없을 정도란다. 자료의 신뢰도가 이유가 될 수 없다는 뜻이다.

“해외 기관은 인터넷조사에 대한 비용이나 속도의 장점 때문에 품질에 대해선 크게 신경을 기울이지 않는 분위기이나 한국은 비용이나 속도뿐 아니라 품질에 대해서도 꼼꼼하게 체크하므로 설문 결과에 대한 정확성을 위해 항상 노력을 경주해야 해요”

또 하나는 가격이다.

미국과 일본 등 선진국에선 오프라인 대비 5분의 1 수준인 20%선까지 낮춰 진행이 가능하다. 그만큼 비용절감효과가 탁월하다.

그러나 한국은 이웃 나라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게 책정됐다. 왜일까?

문제는 물가상승률을 배제한 채 리서치비용을 매해 삭감하려고만 드는 기업 관행에 있다.

15년간 단 한번도 리서치비용이 오른 적은 없어요. 전화나 대면조사처럼 인력비가 많이 드는 오프라인 사정이 이처럼 여의치 않다 보니, 인터넷리서치는 가격경쟁력을 위해서 덩달아 비용을 낮춰 잡아야만 하는 악순환의 고리가 계속되는 것이죠

실제로 국내 리서치기업들은 국민소득과 인력비용수준을 감안할 때 중국보다 낮은 가격대로 조사를 집행하는 경우가 흔하다는 게 업계 관계자의 전언이다.

“싸게 싸게 하려다 보니 더 싼 업체를 찾아 기웃되기 일쑤죠. 잘못된 데이터를 받아서 마케팅을 집행한 회사는 쓰라린 실패를 맛보게 되요. 마케팅 비용을 줄이려다 되레 비용을 더 들이게 되는 꼴이죠”

보고만 있을 순 없었다. 그래서 최대표가 꺼내든 히든카드는 패키지 상품이다. 시장조사에 관심을 둔 중소기업을 끌어들이겠다는 자구책이다.

따라서 엠브레인은 최소 100만원에서 1천만 원대까지 클라이언트가 원하는 조건에 맞춘 시장조사 상품을 제공한다. 최 대표의 발상은 적중했다. 중소기업들의 문의가 쇄도했던 것이다. 설문조사에 들어가는 엄청난 비용 때문에 엄두도 내지 못한 기업체들이 하나둘 소문을 듣고 모여들었다.

그에게 물었다. '가격대별 상품에서 만족스런 결과가 나올 수 있나?'

“써본 사람은 알죠”

스마트폰을 통한 패널 관리

통계학을 전공한 최인수 대표가 엠브레인을 설립한 지 15년이 흘렀다. 엠브레인에 ‘엠(M)’이란 알파벳 스펠링이 상징하듯 모바일에 근간을 둔 리서치회사로 최근 스마트폰 시장 활성화와 함께 새로운 전기를 맞고 있다.

“엠브레인은 모바일자동화 시스템이 뿌리죠. 자동응답시스템(ARS)와 온라인 패널 데이터베이스(DB)를 접목한 서비스로 특허출원을 했고, 이를 통해 창업경진대회에서 수상을 하기도 했어요. 당장 스마트폰의 대중화가 리서치 툴로 적용되기엔 이른 감이 있긴 하나 온라인 패널을 관리하기 위한 애플리케이션으로 활용가치는 무척 높다고 판단하고 있어요”

최대표가 꺼내든 차별화 정책은 '온라인 패널 백만 대군 양성론'. 클라이언트 입장에서 조사결과의 신뢰나 품질을 고려할 때, 그만큼 패널 운영이나 관리가 까칠하게 진행될 수 밖에 없다.

운영자와 참여자간의 활발한 커뮤니케이션으로 온라인카페가 꾸준하게 운영되듯 데이터로써만 존재하는 패널이기 보단 능동적인 움직임을 유도할 수 있는 패널관리에 엠브레인은 초점을 맞추고 있다.

패널은 우리의 가장 큰 자산이죠.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은 엠브레인 패널 관리에 가장 적당한 아이템이며 나아가 1분 이내 실시간으로 설문조사를 완성할 수 있는 깜짝 놀랄 서비스도 보여줄 거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