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O 라이선스 잃은 ‘슬러거’ 어찌되나?

일반입력 :2009/11/04 10:05    수정: 2009/11/04 14:46

봉성창 기자

CJ인터넷이 내년 시즌부터 한국프로야구연맹(KBO)과 선수 초상권, 성명권 등 라이선스에 대한 독점 계약을 맺었다. 이에 따라 KBO 라이선스를 함께 사용해 온 네오위즈게임즈의 '슬러거'가 게임 내용을 수정해야 할 전망이다. 

네오위즈게임즈가 기존에 KBO와 맺은 라이선스 계약은 올해 말로 종료된다. 따라서 내년부터는 ‘슬러거’에서 선수와 팀 실명을 더 이상 사용할 수 없게 된다.

일단은 ‘슬러거’ 매출에 큰 타격을 입게 될 것이 기정 사실화 되고 있다. 지금 아이템을 구입해봐야 올해 말까지 밖에 쓸 수 없기 때문이다.

물론, CJ인터넷과 네오위즈게임즈가 극적 합의를 이루게 될 가능성도 아주 없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이미 CJ인터넷이 독점 사용을 공식적으로 밝힌 만큼 결코 쉽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독점 라이선스 계약 문제없나?

결론부터 말하자면 CJ인터넷의 독점권 행사는 법적으로 별다른 문제가 없다. 정준모 게임전문 변호사는 “KBO측이 네오위즈게임즈 측에 부당하게 비싼 금액을 제시한 것이 아니라면 계약서 이행에 아무런 법적 하자가 없을 것으로 본다” 고 말했다.

실제로 프로 스포츠에서 특정 게임에 독점 라이선스를 부여하는 일은 종종 있어왔다. 국제축구연맹(FIFA)이나 미국 메이저리그(MLB) 등이 대표적이다. 독점권을 부여하는 이유는 기업으로 부터 더 많은 금액을 받기 위해서다.

그동안 콘솔 게임에서는 이러한 독점 라이선스가 크게 문제시 되지 않았다. 타이틀 단위로 판매가 이뤄지기 때문이다. 모바일게임 역시 마찬가지. 그러나 서비스라는 개념을 가지고 지속적으로 플레이되는 온라인 게임에서는 아직까지 이와 같은 사례가 없다.

게다가 ‘마구마구’와 ‘슬러거’ 모두 선수 판매를 유료 아이템 모델로 삼고 있다. 따라서 CJ인터넷의 독점 라이선스는 ‘슬러거’의 서비스 자체에 심각한 타격을 입힐 것이 거의 확실해 보인다. 아무리 시즌 단위로 업데이트가 이뤄진다고 하지만 기존에 게임 이용자들이 구입한 아이템은 그대로 다음 시즌에도 그대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KBO 라이선스 독점권 사용이 공식 발표되자 네오위즈게임즈는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이번 공식발표가 있기 전까지도 ‘설마’ 했다는 후문이다.

CJ인터넷이 상도의에 어긋난 행동을 하지 않았냐는 비판보다 네오위즈게임즈가 지금까지 ‘슬러거’를 즐겨준 게임 이용자들에게 너무 무신경했다는 목소리가 점차 커지고 있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게임 내용 어떻게 바뀌나?

우선 게임 자체의 진행 방식은 변하지 않지만 선수와 팀 이름은 모두 가명으로 변경된다. 슬러거 관계자에 따르면 비슷한 이름의 변경 처리는 허용되지 않을 전망이다. 가령 ‘홍성흔’을 ‘홍성혼’으로 바꾼다거나 ‘롯데자이언츠’를 ‘로데오자이언츠’ 등으로 바꾸는 것은 쉽게 연상이 된다는 것이 그 이유다.

완전 가명 처리도 결코 쉬운 선택은 아니다. ‘슬러거’나 ‘마구마구’ 등이 프로야구 인기와 맞물리면서 흥행했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선수 실명을 포기한 ‘슬러거’의 몰락은 불 보듯 뻔하다. 이는 게임 서비스 종료와도 이어질 수도 있을 정도로 치명적인 만큼 네오위즈게임즈 입장에서는 결코 쉽게 결정할 수 없는 부분이다.

■보상 문제 어떻게 풀까?

내년 서비스 문제보다 더욱 시급한 것은 그동안 유료 아이템을 구입한 이용자들을 어떻게 보상해줄 것인가 하는 점이다.

현재 ‘슬러거’에서 판매된 선수 아이템은 게임 상에서 해당 선수카드가 은퇴하기 전까지는 영구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돼 있다.

그러나 아직까지 온라인게임업계에서 부분유료화 아이템에 대한 환불은 아주 특수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이뤄진 사례가 없다. 약관상 게임 내 아이템에 대한 소유권은 게임 이용자가 아닌 게임사 측에 있다.

네오위즈게임즈가 이례적으로 환불을 해준다고 해도 문제다. 선수카드 마다 가치가 천차만별인데다가 액면적인 부분으로만 계산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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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러거’와 ‘마구마구’는 선수 카드를 직접 판매하는 것이 아니라 무작위로 제공하는 이른바 ‘뽑기’ 시스템을 채용하고 있다. 따라서 게임 이용자들이 자신이 선호하는 선수를 소유하기 위해 들인 기회비용은 산술적으로 계산이 불가능하다.

‘슬러거’의 향후 거취에 대해 네오위즈게임즈 측 관계자는 “현재 급히 대처 방안을 논의 중이며 최대한 빠른 시일내에 게임 이용자들에게 공식 발표 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