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로 가는 비행기안.
항공사에서 제공하는 신문을 보니 삼보컴퓨터에 ‘한컴 오피스’ 기본 탑재란 기사가 눈에 띈다. 지난 1년간 오피스 시장은 마치 얼음아래로 흐르는 급류처럼 겉으로는 들어나지 않았지만 많은 변화가 있었다. 역시 가장 큰 변화의 주연은 MS와 한글과컴퓨터 그리고 구글인 것 같다.
지난 7월 16일 MS는 '마이크로소프트 오피스 2010'의 프리뷰 버전을 발표하고 내년 상반기 출시 예정이라고 밝혔다. 오피스 2010에는 MS의 웹 오피스가 포함되어 있다. 같은 날 한글과 컴퓨터를 최근 인수한 삼보컴퓨터는 농업협동조합중앙회와 보유 중인 한글과컴퓨터 주식 110만5317주에 대한 주식 근질권전질권 설정 계약을 체결했다고 공시했다. 씁 쓸한 기분을 감출 수가 없다.
한글과 컴퓨터는 이유가 어떻든 간에 국내 제일의 토종 오피스 소프트웨어 회사이고 그간 웹 오피스 분야에서 선전했던 씽크프리 웹오피스를 보유한 회사이다. 이 회사는 얼마전 우여곡절끝에 삼보컴퓨터에 M&A되었다. 긍정적으로 볼 때 앞서 소개한 기사에서 처럼 삼보 PC 등 에 한컴오피스를 탑재하여 매출을 올릴 수 있을 것이다. 더 나아가 삼보가 제작하는 리눅스 기반 MID 등에 씽크프리 오피스를 탑재하여 얼마간의 성과를 기대 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양사간의 번들 계약을 통해 얼마간의 매출은 늘겠지만 과연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는 오피스 시장에서 한컴 오피스와 씽크프리 오피스를 얼마나 비전을 갖고 키워나갈 수 있을 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지난 1년간 한컴이 새로운 비전과 서비스를 내놓치 못하는 상황해서 MS는 이미 웹 오피스를 개발하여 오피스 시장에 대한 새로운 전략을 수립했고 구글은 구글 오피스인 구글독스 상용화를 시작했다. 각설하고 , 먼저 현재의 오피스 시장 상황을 곰곰히 돌아 보자.
이미 데스크톱 PC 와 노트북 시장은 포화 되었으며 , 데스크톱용 오피스 SW 시장 역시 포화 상태이다. 기업들은 비용으로 인해 신규 버전 구매나 업그레이드를 하지 않고 있다.
서비스로서의 오피스 소프트웨어는 사용한 만큼 지불하는 서비스 비즈니스인 SaaS(Software As A Service)로 급속히 확산되고 있다.
오픈소스 확산과 함께 오픈 오피스의 도입도 점차 확산되고 있으며 표준 오피스 문서 포맷으로 ODF와 OpenXML이 확정됐다.
이러한 상황을 반영하듯 구글은 7월 구글 오피스인 구글 독스를 포함한 SaaS 서비스인 구글 앱스의 베타 서비스를 끝내고 상용화를 시작했다. 또한 데스크톱 오피스의 절대지존인 MS는 과거 오피스의 서비스화를 위한 전초 작업으로 Open XML을 국제 표준화했으며 , 기존 데스크톱 중심의 오피스에서 웹과 함께 하는 오피스로의 전환을 시작했다.
특히, MS 웹 오피스는 MS의 SaaS전략인 "소프트웨어+서비스" 전략에 따라 데스크톱 오피스와 혼용이 가능하며 기업들의 경우 온-프레미스(On-Premise) 형태로 제공한다. 이 모델이 중요한 것은 기업 사용자들이 웹 오피스를 사용하는 데 있어 가장 크게 고민하는 부분인 보안과 정보 유출에 대한 해결책을 제공해 준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기업의 방화벽내에 웹 오피스를 설치해 두고 기업의 보안 정책에 따라 웹 오피스를 활용할 수 있게 해준다는 것이다. 한마디로 웹 오피스 자체를 기존의 익스체인지 서버나 쉐어포인트 서버 처럼 기업들에게 제공한다는 것이다. 이미 기업 사용자들 중 90% 이상이 MS오피스를 사용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러한 방화벽내의 웹 오피스는 안전한 모바일 오피스 구축을 가능하게 해준다.
물론 개인에게는 라이브 서비스를 통해 웹 오피스를 무료로 제공한다. 일부에서는 웹 오피스를 제공함으로써 MS의 데스크톱 오피스 라이선스 판매가 줄어들 수 있다는 예상도 있으나 필자의 생각은 좀 다르다. 오히려 합법적으로 제공하는 MS의 웹 오피스를 사용하면서 이와 연계하여 사용할 수 있는 정식 라이선스 구매가 늘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MS의 경우 기존 라이선스 방식 오피스 판매 모델을 사용한 만큼 지불(Pay as you go)하는 방식으로 전환되는 것을 원하지 않기 때문에 SaaS 모델보다 사용자에게 유리하고 경쟁력있는 라이선스 모델을 제공할 것으로 예상한다. 물론 MS와 달리 구글은 라이선스 판매가 아니라 사용한 만큼 지불(Pay as you go)하는 방식으로 구글앱스를 제공하고 있다.
이렇듯 요동치고 있는 오피스 시장에서 과연 국내 오피스 업체에게 무엇이 필요할까? 고민해 본다.
■포기하면 실패하는 것이다.
국내 오피스 개발 회사는 한컴이 가장 경쟁력이 있다( 물론 삼성전자의 경우 자체에서 훈민정음을 개발해서 MS오피스화 함께 사용하고 있지만 상용 제품은 아니다).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한컴을 국민 기업이라고 한다. 그 만큼 국내에서 큰 브랜드 가치를 갖고 있으며 많은 사람들이 항상 애정 어린 눈으로 주시하고 있다.
정부 및 공공 기관에서는 당연히 한컴 오피스를 도입하고 있으며 매년 조달 단가를 높여주고 있다. 이런 결과 한컴은 매년 일정 수준의 매출과 순이익을 창출하는 안정적으로 운영이 되고 있다.
안정적인 운영 환경은 두가지 칼날을 갖고 있다. 하나는 회사가 정체될 수 있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안정적으로 새로운 것에 도전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 간, 한컴은 한컴 오피스를 안정적으로 판매하면서 해외 웹 오피스 시장 진출을 위해 씽크프리를 성장시켰다. 아쉽게도 과거 웹 오피스 시장에서 선전하던 씽크프리는 경쟁력을 잃어가고 있다.
국내에서는 네이버와의 제휴도 실패로 돌아갔으며 , 국외의 경우 구글독스, 조호 오피스 등의 거센 압박에 직면해 있다. MS의 웹 오피스 발표로 인해 설자리를 더욱 좁아질 수 있다. 이러한 도전이 실패 또는 쉽지 않다고 판단할 때 회사는 다시 정체할 수 있다.
기존이 시장에만 안주한다면 국내 토종 오피스의 설곳은 점점 줄어들 것이다. 정체되지 말고 씽크프리를 포함한 현재의 도전을 최선을 다해 마무리 해야 한다.
■열어야 산다
과거 모든 성공했던 기업들은 자신들만의 것을 공개함으로써 성공을 했다. PC 플랫폼 분야세서 MS는 자신들의 윈도 플랫폼을 개발자에게 공개함으로써 수 많은 윈도 응용 프로그램을 윈도 OS를 통해 공급할 수 있었다. 이를 통해 PC 플랫폼을 재패할 수 있었다.
모바일 플랫폼 분야에서도 과거 심비안은 자신의 플랫폼을 개발자에게 무료로 공개하여 지금에도 모바일 플랫폼 시장의 선두를 유지하고 있다. 애플 아이폰 SDK, 구글 안드로이드 SDK 공개 등도 마찬가지다. 개발자를 통해 보다 많은 응용 프로그램들이 생산돼야 고객도 많아진다. 고객이 많아져야 다시 개발자도 많아진다. 이러한 선순환 구조가 성공을 가져오는 것이다.
오피스 분야도 마찬가지이다.
일등인 MS도 웹오피스를 제공한다. 그리고 문서 포맷도 공개했으며 개발툴 또한 계속해서 개발자들에게 제공하고 있다. 그러나 한컴은 플랫폼 전략을 구사하지 못하고 있다. 아직도 HWP 문서 포맷은 비밀로 취급되고 있다. OpenAPI를 통해 자발적으로 서비스들이 연동돼서 새로운 응용 서비스들이 수시로 개발되고 있는 상황에 아직도 HWP 문서포맷은 비공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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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이 두려운지 모르겠지만 스스로 고립될수록 할 수 있는 것은 더욱 적어질 것이다. 이러한 비공개 HWP 문서를 다른 시스템이나 서비스와 연동을 하기 위해 받는 비용보다 문서 포맷 공개를 통해 많은 관련 업체들이 보다 다양한 HWP 관련 응용 애플리케이션을 개발하는 것이 더 큰 미래를 보장할 것이다.
분명 오피스 SW 시장은 큰 시장이다. 또한 이 시장은 이미 MS라는 지배자가 있는 곳이다. 이러한 곳에서 경쟁을 하고 생존을 하고 성장을 한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이미 많은 나라들에서 토종 오피스 회사들이 거의 유명무실하게 명목만 유지하고 있는 상황을 볼 때 한컴은 분명 경쟁력있는 회사이다. 애정 어린 눈으로 한컴을 돌아보면서 보다 큰 도약과 분발을 바란다.
*본 칼럼 내용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