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SNS, 일본서 잇단 굴욕

일반입력 :2009/05/14 14:38    수정: 2009/05/14 19:08

김태정 기자

한국산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모델들이 일본 열도에서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NHN과 다음커뮤니케이션 등 내로라하는 국내 인터넷 업체들도 현지 SNS의 벽에 막혀 마이너리그를 해매고 있다. 급기야 서비스를 접는 사례까지 나왔다.

일본은 우리와 인터넷 문화 성향이 비교적 비슷한 국가여서 그동안 SNS의 글로벌 진출에 있어 1차 관문으로 꼽혀왔다. 일본서의 부진이 더욱 우려되는 이유다.

■日NHN, 커뮤니티 서비스 ‘그만’

우선, 국내 인터넷 기업 1위 NHN이 일본 내 커뮤니티 서비스 ‘쿠루루’를 접는다는 소식이다. NHN은 이미 쿠쿠루의 신규 회원 등록을 차단했고, 11월까지 서비스를 완전 폐쇄한다고 12일 공지했다.

씨넷재팬과 요미우리 등 현지 언론들은 NHN의 쿠루루 중단 소식을 한국 SNS의 실패 사례로 보도했다.

2005년 문을 연 쿠루루는 블로그와 미니홈피를 섞어 놓은 개인 커뮤니티 서비스로, 한게임과의 시너지를 노렸었다. NHN은 몇 차례에 걸쳐 쿠루루를 리뉴얼, 시장 안착에 애를 썼지만 메이저로 올라서지 못했다.

NHN은 일본 언론에 대해 “쿠루루를 존속시킬 모든 수단을 검토했지만 어렵다고 판단했다”며 “경기침체에 따른 ‘선택과 집중’ 전략이다”고 밝혔다.

■싸이월드 ‘분투’, 다음 ‘철수’

한국에 미니홈피 돌풍을 몰고 온 SK컴즈의 싸이월드도 일본서 체면을 구겼다. 2005년 진출해서 나름 시장공략에 매진했지만 높은 진입장벽만 실감했다.

싸이월드 창업자면서 일본 사업을 총괄했던 이동형 현 나우프로필 대표는 “일본에는 싸이월드와 비슷한 모델들이 이미 많아 고전할 수밖에 없었다”며 “도토리와 같이 한국서 성공한 아이템이 생각보다 통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지난해 일본서 6억8,000만원 적자를 낸 SK컴즈는 현지 전략을 가다듬으며, 반격 기회를 엿보고 있다. 특히 한류스타들을 통한 마케팅에 기대를 걸고 있다.

다음은 일본서 아예 몸을 뺐다. 지난 연말 일본 내 커뮤니티 서비스 ‘카페스타’ 지분을 정리했고, 올해 3월 현지법인을 완전 매각했다. NHN과 같은 불황속 몸집 줄이기 전략에서 일본 사업이 우선 대상으로 꼽힌 것.

■일본시장 장벽 계속 자란다

한국에 싸이월드라는 장벽이 있다면 일본에는 ‘믹시’가 거대한 벽으로 서있다. 한국 SNS들을 그로기로 몰아간 일본 강자다.

믹시는 자체 조사 결과 지난해 6월 기준 가입자 수가 1,500만명을 돌파, 일본 내 1위 자리를 굳건히 하고 있다. 가입자 수십만명 수준인 싸이월드나 쿠루루와는 등급이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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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가운데 페이스북과 마이스페이스 등 미국 강자들도 일본서 영토를 넓히며, 한국 주자들의 압박 요인이 됐다는 평이다. 특히 페이스북은 마크 주커버그 CEO가 직접 일본을 방문하고 현지화 전략을 주도하는 등 시장공략에 적극적이다.

현지 업계 관계자는 “일본 SNS 시장 장벽은 계속해서 높아지고 있다”며 “기존과 다르고 개성 있는 모델만이 살아남을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