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기축년 새해가 밝았다.
경기가 어렵다고는 하지만, 변화무쌍한 IT 산업의 근본 성격을 감안할 때 올해도 어김없이 다채롭고 혁신적인 이슈들로 한 해가 가득 채워질 것이다. 연말연시는 IT 업계의 경영자와 기획자에게 가장 바쁠 때이다. 지난 한 해의 성과를 정리하고 앞으로 1년의 비전과 계획을 수립할 시기이기 때문이다.
지난 2007년, IT 업계 화두는 단연 '블로그'였다. 그리고 2008년은 'SNS(소셜 네트워크 서비스)'가 크게 주목받았다. 그렇다면, 올해의 화두는 무엇일까? 아마도 '모바일'이 유력한 후보 중 하나일 것이다. 더 구체적으로 말하면 '스마트폰'이 아닐까 싶다.
휴대폰 - 현대인의 정보 욕구를 충족시키는 수단
지금으로부터 10년 전, 1999년 1월의 어느 날 아침 출근길을 회상해보자.
멍하니 서 있거나 끔벅끔벅 조는 사람들을 제외하면, 무엇인가를 하고 있는 사람들의 태반은 신문을 보거나 책을 읽거나 워크맨으로 음악을 듣는 사람들이다. 네트워크가 단절된 지하철과 버스 안에서 사람들이 할 수 있는 일이란 활자로 된 매체를 읽거나 녹음된 음악을 듣는 정도가 전부였다.
그렇다면, 2009년 1월 현재의 출근길은 어떠한가?
돈을 내고 사보던 신문은 무가지로 바뀌었고, 워크맨이 MP3 플레이어나 PMP, 게임기로 자리바꿈을 했지만, 대다수 사람들이 집중하는 대상은 바로 휴대폰이다. 휴대폰을 이용해 누군가와 통화를 하거나 문자를 보내거나 TV를 보거나 게임을 즐긴다.
왜 휴대폰일까? 지하철과 버스에서도 접속 가능한 네트워크를 제공하는 거의 유일한 단말기가 바로 휴대폰이기 때문이다. 도시는 물론 전국 방방곡곡에 깔린 무선 통신망 덕분에 언제 어디서라도 네트워크에 접속할 수 있다. 끊임없이 누군가와 소통하고 교류하길 원하는 현대인의 욕구를 휴대폰이 충족시켜 주고 있다.
이렇듯, 필자가 바라보는 스마트폰 대세론의 근거는 기술이나 산업적인 측면이 아니다. 끊임없이 정보 욕구를 충족고자 하는 현대인의 습성과 생활양식이 바로 스마트폰의 발전을 이끄는 원동력이다.
스마트폰 시장 활성화를 위한 업계의 노력은 이미 출발 단계에 넘어섰다. 기존 휴대폰의 HW적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아이폰과 구글폰 같은 스마트폰이 속속 등장하고 있고, 풀-브라우징 등 인터넷 접속을 위한 환경도 제공하고 있다. 스마트폰을 구성하는 핵심인 모바일 운영체제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MS, 애플, 구글, 노키아 등이 물밑에서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여기에 지난해,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이라는 새로운 시장이 애플 앱 스토어(App Store)를 통해 증명되었다. 아마추어 개발자가 간단한 아이폰용 게임을 만들어 불과 1~2주 만에 수천 달러를 벌어들인 사례는 이미 흔해졌다.
스마트폰 - PC가 가진 시공간의 한계를 극복
핵심은 업계의 움직임이나 기술적 이슈에 있지 않다. 스마트폰이 내포하는 근본적인 특성인 탈 PC 화와 네트워크와 단절된 시공간의 회복이라는 관점에서 스마트폰의 경쟁력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즉, 소비자가 스마트폰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활용하느냐는 문제이다.
스마트폰은 음성 통화와 SMS, 데이터 통신은 물론, 인터넷 접속과 이메일, 문서 작성, 음악, 동영상 감상, 게임 등 PC가 할 수 있는 일을 상당 부분 해낼 수 있다. 현재 HW적으로 초기 펜티엄 PC 수준에 불과한 스마트폰이지만, 빠르게 고성능화가 진행되고 있는 만큼 PC의 영역을 넘보는 것은 시간문제일 뿐이다.
장소와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자유롭게 네트워크에 접속할 수 있다는 점 또한 스마트폰의 큰 장점이다. 앞서 언급한 출근길 상황뿐만 아니라 직장과, 집, 학교, 이동 중 어느 때라도 인터넷에 접속해 필요한 정보를 습득하고, 엔터테인먼트를 즐기며, 다양한 경험을 체득할 수 있는 간편한 도구로써 스마트폰 이상이 없다.
PC를 완전히 대체한다는 것이 아니다. PC로 메우기 힘든 영역을 훌륭하게 대신해 줄 수 있다는 말이다. 업무나 학업에 쓰이는 PC(데스크톱이든 노트북이든) 한 대, 그리고 주머니나 핸드백 안에 넣어 다닐 수 있는 스마트폰 한 대만 있다면, 24시간 어디에서든 원하는 정보 환경을 구축할 수 있다.
쉽게 생각해 보자.
일주일간 여행을 떠날 예정이다. 당신은 PC와 휴대폰 중 하나만 가지고 갈 수 있다. 과연 어느 것을 선택하겠는가? 그런데 그 휴대폰이 PC에 버금가는 일을 할 수 있는 스마트폰이라면? 망설일 필요조차 없지 않겠는가.
스마트폰 - 미래의 개인 아이덴티티
물론, 스마트론 대세론에 대한 반론도 적지 않다.
'스마트폰은 휴대폰의 한 장르일 뿐이다.', '스마트폰은 복잡하다. 쓰기 간편한 일반 휴대폰 시장을 넘어서는 일은 결코 없을 것이다.', '넷북 등 MID 기기의 발달이 스마트폰 시장을 위협할 것이다.' 등등 반론이 끊이지 않는다.
그러나 이러한 반론 대부분은 현재 스마트폰의 위상을 근거로 하고 있다. 빠르게 발전하는 HW 기술과 SW 혁신을 고려할 때 스마트폰의 잠재력을 과소평가한 부분이 없지 않다. 1977년, DEC의 창업자 켄 올슨은 "가정용 PC는 필요 없다."고 예언했고, 빌 게이츠 역시 1985년에 "개인용 PC에 64KB 이상의 메모리는 필요 없을 것."이라고 단언한 바 있다. 과연 그렇게 됐던가?
스마트폰은 PC적인 성격과 함께 휴대폰이 지니는 지극히 '개인적인 도구'라는 성격도 포함하고 있다. 즉, 나를 대변하고 나와 소통할 수 있는 가장 직접적인 창구라는 개념이다. 개인용 도구이되 공공재적인 개념도 은근히 녹아 있는 PC와는 구별되는 차이점이다.
따라서 어떤 스마트폰을 선택하고, 활용하고, 꾸미느냐에 따라 개인의 아이덴티티를 표현할 수 있는 수단이 된다. 현재에도 RIM 블랙베리가 월스트리트 금융 종사자를 대표하고 애플 아이폰이 여피족과 디지털 노마드족을 대표하는 경향이 있다. 아이덴티티를 넘어 패션과 개성의 상징으로 휴대폰이 활용되는 경우를 본다면, 스마트폰 역시 탈 PC 화를 넘어 미래의 개인 아이덴티티를 형성하는 하나의 아이콘으로 자리매김할 가능성도 크다 하겠다.
지금까지 필자는 2009년 이후 IT 업계의 주요 흐름 중 하나가 스마트폰이 될 것임을 예언했다. 개인적인 경험과 깊지 않은 지식을 바탕으로 한 예언인 만큼 반드시 그렇게 되리라는 보장은 없다. 그러나 필자의 예언을 긍정하든 그렇지 않든, 스마트폰에 대한 관심과 투자는 손해 볼 것이 없다. 예언이 현실화된다면 미리 투자한 보람을 얻을 것이요. 그렇지 않더라도 스마트폰은 최소한 IT 산업의 한구석을 차지할 만큼은 성장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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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은 IT 업계도 힘든 한 해가 될 것이 분명하다.
그러나 힘들다고 해서 두 손 놓고 있을 것인가? 다시 힘차게 한 해를 꾸려 나갈 목표와 꿈을 마련할 때가 바로 요즘이다. 이 글을 읽는 IT 업계의 경영자, 기획자, 개발자에게 감히 고언 한다. 새해 목표로 스마트폰 분야는 어떠신가? 물론 선택은 여러분의 몫이지만, 필자는 스마트폰에 과감히 한 표를 던지겠다. 올해 아이폰 3G나 구글폰을 장만하는 것으로 시작할 것이다. 물론 국내 출시부터 되어야 하겠지만 말이다. ;
*본 칼럼 내용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