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IPTV 사업자, 개인정보 유용 반복하나?

기자수첩입력 :2009/01/07 11:30    수정: 2009/01/07 13:35

김효정 기자

지난해 IT분야의 가장 큰 이슈 하나만을 뽑는다면, 단연 '개인정보 유용'이다. 해킹으로 1,000만 여명의 개인정보가 유출된 옥션 사건을 비롯해, 내부 직원의 소행으로 무려 1,100만 여명의 정보가 유출된 GS칼텍스 사건. 그리고 자사의 고객정보를 텔레마케팅에 제공해 영업정지를 당한 SK브로드밴드 사건이 대표적이다.

현재 이들 사업자는 소비자단체 등에 의해 1,105억6,000만원(옥션 970억, GS칼텍스 130억, SK브로드밴드 5억6,000만원)의 집단 손해배상 소송에 걸려 있는 상태로 소송 규모 또한 엄청나다.

이러한 일련의 사건들은 자사 가입자의 개인정보가 '유출'됐다는 공통점이 있다. 그러나 해커나 특정 내부 직원의 소행으로 유출된 옥션이나 GS칼텍스 건과는 달리, SK브로드밴드는 회사 차원에서 이윤을 목적으로 개인정보를 '유용'했다는 점은 큰 차이가 있다.

■초고속인터넷 개인정보 유용으로 '통신산업 후퇴'

결국 SK브로드밴드를 시작으로 KT, LG파워콤 등 초고속인터넷 사업자들이 같은 행위로 줄줄이 영업정지라는 중징계를 받았다. 특히 이들의 영업정지는 정부가 '통신요금 인하'를 위해 결합상품 출시를 독려하던 시기와 맞물려, 해당 서비스 출시가 지연되는 등 통신시장 활성화에 찬물을 끼얹었다.

여기서 그치지 않고 초고속인터넷 서비스를 제공하는 주요케이블TV사업자(MSO)와 이동통신 3사, 그리고 포털 사업자까지 불똥이 튀어 과태료 처분을 받기도 했다.

이로 인해 주요 초고속인터넷 사업자들은 적지 않은 충격을 받았다. 한달 여의 영업정지에 따른 영업손실 외에 한동안 텔레마케팅 영업을 포기하는 등 마케팅 방식을 바꿔 '고객확보를 위한 효율성'이 낮아졌다. 결합상품 출시로 이동통신 대리점에 유통망을 넓히긴 했어도 반응이 예전 같지 않다는 것이 업계의 현실이다.

결국 SK브로드밴드와 LG파워콤은 영업정지가 풀리자 텔레마케팅을 비롯해 현금과 경품을 지급하는 과열 마케팅에 다시 들어갔다. KT는 내외부의 크고 작은 이유로 아직 나서고 있지는 않지만, 업계에서는 전통적으로 상반기 중 텔레마케팅을 강화했던 전례에 따라 곧 시행되지 않겠냐는 추측을 하고 있다. 이에 대해 KT 측은 "현재 유통망을 정리해 가는 중이며, 텔레마케팅 계획은 없다"고 설명했다.

물론, 텔레마케팅 영업 자체가 불법은 아니다. 그러나 이들 사업자에게 문제가 됐던 부분은 고객의 개인정보를 동의 없이 유용하거나, 제 3자에게 위탁해서 다른 용도로 사용했다는 점 때문에 영업정지와 과징금 처벌을 받은 것이다.

■지난해 말부터 '텔레마케팅' 다시 고개들어

사회적으로 개인정보 문제가 이슈화되면서 한동안 잠잠했던 초고속인터넷 텔레마케팅 영업은 지난해 말부터 다시 고개를 들기 시작했다. 수많은 사람들이 업체로부터 전화를 받고 초고속인터넷 가입과 현금 지급에 대한 권유를 받기 시작했다.

이러한 사실이 드러나자 텔레마케팅을 재개한 사업자들은 "본사와 무방한 위탁 대리점들이 실적을 올리기 위해서 독자적으로 한 행위"라며 책임을 회피하는 데 급급했다. 자체적으로 윤리강령과 관리감독을 철저히 하지만 일부 영업점에서 하는 행위에 대해서 단속이 불가능하다는 빈약한 변명을 내놓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행위는 IPTV 영업으로 확산되고 있다. 지난해 11월 상용화를 시작한 KT는 아직 잠자코 있지만, SK브로드밴드와 LG파워콤(LG데이콤) 같은 후발사업자들이 텔레마케팅과 현금마케팅에 뛰어 들었다.

최근 논현동에 사는 회사원 A씨는 자신을 SK브로드밴드라고 밝힌 텔레마케터로부터 전화 한통을 받았다. '현재 쓰고 있는 인터넷을 바꾸면 위약금도 대신 내주고 현금 지급도 해준다'는 내용이었다.

특히 이런 텔레마케팅은 실시간 IPTV 상용서비스 출시를 기념해 대대적인 홍보에 들어가면서 현금 20~24만원, 광랜 3개월 무료, IPTV 가입할인이나 3개월 무료 등 유혹에 넘어갈 만한 조건을 제시하므로 고객확보에 매우 유용하다.

한 업계 관계자는 "후발사업자들은 텔레마케팅을 할 수 밖에 없다. 그렇지 않고서는 시장지배적 위치를 형성하고 있는 KT를 따라잡을 수 없고, 후발사업자 간 경쟁에서도 밀려나기 때문이다"라고 설명했다.

■IPTV를 매개체로 '개인정보 유용' 되풀이되나

이처럼 업계의 과다경쟁은 단기적으로 소비자에게 피해는 없지만, 장기적으로는 업체 마케팅 비용의 증가로 결국 통신요금을 내는 소비자 피해로 돌아오게 된다. 그리고 논점은 이러한 소비자 피해가 아니라 '개인정보 유용' 행위가 되풀이 된다는 것이다.

관련기사

전화를 받은 A씨는 기존에 케이블TV 초고속인터넷을 사용해 왔고, 수개월 전에 KT로 서비스를 바꿨다. 그는 SK브로드밴드가 어떻게 자신의 번호를 알고 전화를 걸었는지 궁금하다고 말했다. 이러한 사례들은 이미 최근 일부 언론사를 통해 기사화됐고, 주변에서도 간간히 발생하고 있다. 비록 단언할 수는 없지만, 이들이 과거의 개인정보 유용을 되풀이하고 있다는 의심도 가능한 부분이다.

그리고 이들 사업자의 변명도 되풀이 되고 있다. "실적을 올리기 위한 일부 영업점들이 가입자 유리를 위해 본사에서 진행하는 것처럼 포장해 과도한 마케팅을 진행하고 있는 듯 하다. 그러나 모든 유통점을 관리감독하기는 힘들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