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인터넷 실명제, 포털이 책임져라!

기자수첩입력 :2006/06/18 23:48

김효정 기자 기자

인터넷 실명제 도입에 대한 찬반 논의가 팽팽하게 맞서고 있는 가운데, 최근 청와대에서는 노무현 대통령이 국내 주요 포털의 대표와 함께 한 오찬 간담회에서 인터넷 실명제 추진에 대한 의지를 밝혔다. 요즘 온 국민들이 주목하고 있는 관심사는 ‘한미 FTA 협상’이 아닌 ‘월드컵’이다. 한 나라의 미래 정책에 막대한 영향을 끼치게 될 FTA 협상은 일방적이라고 할 정도로 미국의 의도대로 끌려가고 있다는 비난이 각계각층에서 쏟아져 나오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 이 순간 대한민국은 월드컵 원정 첫 승에 감격하며 각종 매체에서는 월드컵 뉴스를 톱으로 장식하고 있다. 월드컵 덕분에 정부는, 반대 여론과 무관하게, 쉽사리 FTA 협상을 마무리 지을 것으로 예상된다. 중대 사안에 대해 대국민 여론을 형성해 왔던 인터넷 공간에서도 마찬가지 현상을 겪고 있다. 지난 14일 한미FTA 1차 협상이 끝난 뒤 졸속협상에 대한 게시판 상의 토론자들은 찾아 보기 힘들었지만, 하루 전인 13일 저녁에 열렸던 월드컵 한국-토고 전에 대해서는 수천 건에 달하는 댓글과 전술적 의견이 올라왔다. 포털, 미디어로서의 사회적 책임 생겨지난 13일 노무현 대통령은 언론사 사장단이 아닌 8개 포털 사이트의 대표들을 초청해 간담회를 가진 것은 그만큼 포털의 미디어적인 기능과 사회적 권력이 커졌다는 의미다. 한미 FTA와 같은 중대 사안이 월드컵 소식에 가려진 데는 미디어의 권력 이동 탓이 강하다. 오늘날 우리가 접하는 미디어를 시간 별로 보면, 하루 평균 신문이 25분, TV가 75분, 인터넷이 240분 가량을 차지한다는 조사 결과가 나온바 있다. 인터넷은 이제 어느 매체보다 강력한 미디어가 됐고, 또 그만큼 경쟁이 치열해져서 네티즌들의 관심을 끌기 위해 월드컵과 같이 ‘눈에 띄는’ 뉴스를 다룰 수 밖에 없는 구조가 됐다. 그리고 인터넷에 밀리고 있는 전통적인 매체들 역시 살길을 찾기 위해서 볼 거리를 더욱 풍성하게 마련해야만 한다. 인터넷을 통해 실시간으로 전달되는 시의성에 밀린 기존 매체들은 뉴스를 더욱 재미있게 꾸밈으로서 보여지고 읽혀지는 식으로 변모하고 있다. 때문에 언론의 제 기능을 이전만큼 수행할 능력은 떨어지고 있는 것이다. 역시 이날 간담회의 내용은 ‘미디어로서 포털 사이트의 사회적 책임’에 대한 것이었다. 그리고 인터넷 실명제 추진에 대한 정부의 실행의지도 같이 언급됐다. 노대통령이 포털 대표들에게 직접 이를 언급한 것은, 사이버 폭력과 같은 인터넷 역기능에 대한 사회적 책임을 통감하라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다. 인터넷 역기능에 대한 책임, 누구에게 있나?만약 한국이 토고와의 대결에서 졌다면 인터넷 게시판에는 과연 어떤 글들이 올라왔을까? 이에 대한 답변은 굳이 하지 않아도 짐작할 수 있다. 이 글을 읽는 모두가 질문에 대한 답변을 모두 짐작할 수 있는 것은 그 동안 인터넷에서 벌어졌던 사이버 폭력, 명예훼손, 허위사실 유포를 수없이 지켜봐 왔기 때문이다. 일부 성숙하지 못한 네티즌들의 잘못도 간과할 수 없지만 정부와 기업 차원에서의 대책은 반드시 필요하다. 서강대학교 법학과 왕상한 교수는 “정부는 인터넷 기업에게 현실 법 적용으로부터의 자유를 주었다. ‘권리의 배타적 보호’보다는 ‘정보의 공유’와 같은 순기능만을 강조해 왔다”고 말했다. 즉, 입법 기관으로서의 정부의 책임을 다하지 않고 산업적 측면만을 강조한 결과 심각한 사이버 폭력이 난무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이 때문에 나온 것이 바로 ‘인터넷 실명제’이다. 노대통령은 “민주주의에 어긋나는 사전규제가 아닌, 사후규제로 실명제를 도입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고, 이에 동조하는 세력은 인터넷 실명제 법안을 세우기 위해 활발하게 움직이고 있다. 그러나 ‘표현의 자유 침해’, ‘주민번호 도용’, ‘정부에 의한 강제 규제’ 등 반대의견도 만만치 않다. 특히, 포털 등 인터넷 기업들은 영업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이유로 대다수 부정적인 입장을 보이는 분위기다. 그렇지만 이들의 책임이 가장 크다는 것은 자명하다. 포털은 알게 모르게 사회적 권력을 확보한 상태에서 이를 이용해 수익활동을 하고 있다. 우리는 포털이 무료로 제공하는 모든 게시판, 이메일 계정, 블로그, 커뮤니티 등이 결국 기업 영위활동을 위한 수단이라는 점을 간과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영리를 목적으로 한다면 자기 책임성 강화해야 영리를 목적으로 인터넷에 사용자 공간을 만들었다면, 여기서 발생하는 폐해에 대해서도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것이다. 악성 글을 올리는 네티즌이 있다면 기업은 이들의 정체를 파악하고 이들에 대한 강한 규제를 만드는 등 책임성을 강화해야 한다. 인터넷 실명제가 꼭 정답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아니다. 스키장을 한 예로 생각해 보자. 많은 사람이 스스로 찾아 오는 장소라는 점과 영위를 목적으로 한다는 점, 또 그렇기 때문에 안전사고가 자주 일어난다는 점은 포털과 매우 닮아있다. 다만 스키장은 안전요원을 배치해 놓고 사고에 대한 책임을 인정한다는 점이 다르다. 물론 그들도 ‘활강금지 법안’을 반기지는 않을 것이다. 정부의 입법 여부에 앞서 강력한 권력을 쥐고 있는, 또 영리를 목적으로 하는 포털의 책임성을 스스로 강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영리 추구에 앞서 포털은 사이버 폭력에 대한 피해자의 권리 구제(발신자정보청구 수용, 삭제청구권 등)에 대해 신중한 고민이 필요하며, 이용자 개인정보보호에 더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